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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남북 대화는 눈치 안 보고

한국 정부가 17일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의했다. 안건은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단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다.

한국이 북한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의하자 이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외무성 대변인이 그것도 뉴욕에서 한국의 대화 제의에 논평했다. "우선순위는 제재를 통해 평양에 대한 압박을 가중하는 것이 돼야 한다."

미국은 대화 제의에 먼저 논평하지 않았다. 한국 언론의 논평 요청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짧게 답변했다. "한국 정부에 문의하도록 하라."

한국이 북한에 대화하자고 한 뒤 나온 반응을 보면 대화하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화 제의 안건은 대단한 것도 아니다. 하나는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니 우발적 충돌을 막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 예전에 했던 것이고 아주 낮은 단계의 협의다.



그런데 반응은 싸하다. 일본의 반응은 '지금 압박 중 아니야. 무슨 대화?"쯤 된다. 미국의 반응은 '한국이 제의했는데 왜 우리에게 물어'다. 일본은 (북한) 압박은 이익이고 한국-북한 대화는 손해라는 태도이고 미국은 적어도 '대화 환영'은 아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이 남북 회담을 제의한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질문을 미국 정부에 던진 걸 보면 대화에 한국 언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한반도와 주변의 풍경은 여전하다. 북한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미·일은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러시아는 '그것까진 곤란해'를 반복하고 있다. 다만 북한과 미국은 열심히 하고 있다. 미사일 개발과 제재를 열심히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오바마의 북한 고립 정책을 이어가되 제재의 중국 외주에서 벗어나 직접 개입에 나서면서 원유 차단과 노동차 송출금지, 북한 선박 입항금지까지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반도에 여전히 대화는 없다. 압박과 갈등은 최대치, 대화와 협력은 최저치인 상황엔 변함이 없다. 휘발성이 높아 작은 불꽃에도 폭발할 수 있다. 말은 대화와 폭격까지 모든 안이 테이블 위에 있다지만 대화는 찾기 어렵고 폭력은 넘친다.

지금까지 그랬듯 한반도에서 대화는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이 아니다. 자주 그 자체가 목적이다. 미국과 일본,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대화 자체가 북한에 말려드는 것 같은 고정관념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대화는 유약한 정책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고 이는 다시 학습을 거쳐 고정관념이 된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1944년 소설 '유럽의 교육'에서 말한다. "유럽에는 가장 오래된 성당들… 대학들 …도서관들이 있다. 그래서 거기서 가장 훌륭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유명한 유럽의 교육이 가르치는 것은 결국, 자기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을 죽이는 데 소용이 될 만한 그럴싸한 이유와 용기를 찾아내는 법일 뿐이다." 가리는 세계를 장악했으나 1, 2차대전으로 스스로를 파괴한 유럽의 교육을 비웃었다. 그리고 유럽은 유럽인끼리 다시 전쟁하면 공멸한다는 두려움에 유럽통합에 나선다.

2차 대전 무기로 싸운 6·25의 피해는 그나마 복구가 가능했다. 파괴될 것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다. 이제는 우리도 1, 2차 대전 이후 유럽인처럼 스스로의 교육을 비웃어야 한다. 어제의 적과 동맹이 될 정도로 또 다른 전쟁을 두려워해야 한다. 대화하는 데 다른 나라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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