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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원로석의 외로움

자주 들르는 모임에 자리를 잡을 때마다 웬일인지 같은 자리를 찾아가 앉게 된다. 옆 사람도 같은 마음인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그래야 편한가 보다.

회의가 끝나면 자리를 옮겨 찻잔을 앞에 놓고 때로는 회의 주제보다 더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일고여덟씩 앉는 열 개의 둥근 테이블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며 삶의 슬기가 오가기에 알맞다. 그런데 40년 역사의 모임에 자리 하나가 늘 쓸쓸하다. 두 사람만이 한 테이블을 차지해 보기에 외롭다. 얘긴즉슨 그 모임 초창기의 회원들이 앉았던 테이블인데 세월 따라 한 사람 한 사람 자취를 감추어 빈자리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두 분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게 됐다고 한다. 흔한 말로 원로들의 테이블로 버팀돌 역할을 하던 자리라는데.

테이블마다 화제가 같지 않고 나이나 취미나 직업, 연고 관계 등 나름의 역사가 있어 다른 사람이 합류하면 분위기가 달라지게 되리라는 짐작이 가지만 두 분은 다른 테이블에 끼어보려는 몸짓도 않고 어서 오라는 손짓도 바라지 않는 외로운 버팀돌이고 만다.

성가신 존재, 성가신 이웃이기를 거부하고 지켜온 예의에 손상을 바라지 않기에 무리 속의 외톨이일 수밖에 없다. 아무도 두 분의 쓰다만 시, 쓰다만 소설을 읽기를 원하지 않는다. 버팀돌보다 디딤돌이 되고자 해도 다들 훌쩍 뛰어 넘어가 버린다. 그렇다고 40년을 지켜온 자리를 꼬리 자르듯 손을 털고 떠나기도 어려운 일이겠다.



지상문·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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