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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일본의 정신연령은 12살, 중국은?

"꼭 '12살 짜리 소년(boy of twelve)' 같다."

1950년대 초 미국이 일본을 애 취급했다고 해서 열도가 한바탕 뒤집어졌다.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츠가 주요 매체에 반박문을 냈다. 일본의 이른바 '3대 발명품'이란 걸 내세우며 왜 '12살'이 부당한지를 조목조목 따졌다.

아지노모토(MSG)와 니쿠루(니코) 광학 렌즈, 타카 디아스타아제(소화제)…. 일본이 인류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은 쏙 뺀채.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하도 같잖아 '노 코멘트' 논평을 내놨을지 싶다. '12살' 발언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연합군 최고사령관 겸 일본 총독인 더글러스 맥아더. 한국전의 와중에 보직해임돼 귀국하는 노장군을 눈물로 배웅한 일본 아닌가. 100만여 명이 하네다 공항 가는 길을 가득 메우며 이별을 그토록 힘들어 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

귀국한 맥아더는 거의 8주 동안이나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반세기가 넘는 자신의 군 생애를 돌이켰다. 한국전이 주요 이슈가 되어야 했으나 청문회는 상당시간 그의 6년 일본통치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몇살일까. 맥아더가 과학과 예술, 문화 등을 종합해 판단한 미국인의 나이는 45살 가량. 청문회에선 독일 얘기도 나왔다. 일본과 달리 '성숙한' 인종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몇살 쯤인지는 말하지 않았으나 성인으로 취급한 것이다. 20~30대라고 해야할지.

일본은 특별지도가 필요하다면서 '12살 짜리'에 빗댔다. 아직 '나이가 어려' 민주주의 등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물을 받아들이기 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12살'만 콕 찍어내서 그렇지 맥아더의 발언을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일본인들이 그리 흥분할 일도 아니다. 미성년자여서 전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 반면 독일은 이미 옳고 그름을 알 나이다. 나치가 저지른 악행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게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래서인지 얼마 안 가 일본은 맥아더에 고개를 숙였다. 일본 최고의 훈장을 수여하며 봉황의 높은 뜻을 몰랐다나. 그 호들갑이란.

지금도 일본은 미국에 만큼은 여전히 '12살 짜리'로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트럼프가 아베를 일컬어 자신의 '절친'이라 치켜세우지만 실제는 일본의 '재롱'을 느긋이 즐기고 있는 모양새다. 특별한 용건이 없더라도 아무 때나 전화하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반면 독일 총리에겐 쌀쌀맞기 그지 없다. 방위비를 적게 낸다며 악수조차 외면하지 않았는가.

중국은 몇살 쯤일까. 미국의 베트남 참전을 극구 말렸던 맥아더의 생전 발언을 떠올리면 나이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 맥아더는 케네디는 물론 후임 대통령인 린든 존슨에게도 미군 철수를 신신당부했다. 명분이 없다는 점을 내세웠으나 실제는 한국전쟁 때 처음 맞닥뜨린 중국의 인해전술이 빌미가 됐다. 수천 수만 명이 죽어도 계속 밀려오는 중공군. 인명 경시의 현장을 목격하고는 몸서리쳤다. 베트남에서도 무의미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다며 철수를 주장한 것이다.

지난주 중국의 양심수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사오보가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당국은 가족의 뜻에 따라 부인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장례식을 치렀다고 했지만 그 발표를 믿는 이는 드물다. 서둘러 시신을 화장한 다음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 유골을 매장할 경우 그의 묘가 민주화 운동의 성지가 될까 두려웠기 때문일 터.

중국 정부는 인권은커녕 그에게서 인간의 마지막 존엄성마저 빼앗았다. 오늘의 중국은 과연 몇살 쯤 될까.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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