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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나누며 서로의 종교를 이야기 합니다"

스님들이 성당에 찾아간 이유?…
LA조계종연합회 스님 성당 방문
사제협의회 회장단에 선물 전달

"한때 각 종교인들 다 모인적도"
서로의 종교 이해가는 시간 가져
화기애애하게 소소한 대화들도
"앞으로 서로 자주 만났으면 해"


무더위가 계속되던 지난 17일 오후 1시.

LA한인타운 지역 성아그네스 한인성당 앞에 미니밴 한대가 멈춰섰다. 갑자기 차량에서 단정한 승복 차림의 스님 3명이 차례로 내렸다. 성당이 사찰인 줄 알고 잘못 내릴 일은 없다.

그때 이들을 반갑게 마중 나온 사람은 로만 칼라를 한 세 명의 가톨릭 사제들.



사제들은 환한 미소로 스님들과 악수를 한 뒤 꽃이 만발한 정원을 지나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성당내 이냐시오 카페안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전례없는 이색적인 만남이다.

이냐시오 카페는 핸드드립 커피가 유명하다. 신부님들이 직접 내린 커피를 스님들에게 대접하며 은은한 커피향 속에서 서로 통성명을 했다.

이날 성당을 방문한 주인공들은 LA조계종연합회의 현일 스님(회장), 정범스님(사무처장), 자홍스님(재무담당) 등이다.

스님들을 반갑게 맞이한 사제들은 이번에 새롭게 사제협의회 회장단으로 취임한 최대제 신부(회장), 한상만 신부(부회장), 양태현 신부(총무)였다.

최대제 신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최 신부는 "스님들이 성당을 방문하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놀라면서도 무척 반가웠다"며 "저희 성당에는 '차(tea)'는 없고 '커피'만 있으니 이해해달라"며 직접 커피를 대접했다.

커피 잔을 받아든 현일 스님은 "우리도 커피를 잘 마신다"며 웃었다.

현일 스님은 "안 그래도 성당엔 차가 없을 것 같아서 앞으로 신부님들도 차를 드실 수 있게 우리가 선물로 다기를 준비했다"며 가져온 선물을 전달해 한바탕 웃음꽃이 폈다.

이번 방문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스님들이 신문기사를 통해 사제협의회 회장단 취임 소식을 접했고 이를 계기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양 종교인들이 서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성당 방문을 추진한 것.

현일 스님은 "한때 남가주 지역에서는 가톨릭 신부님, 개신교 목사님, 불교의 스님들이 함께 모임을 한 적도 있었다"며 "특히 불교의 스님들과 가톨릭의 신부님들과는 수덕생활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비구니 스님인 자홍스님은 "한국에 있을 때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던 가톨릭 수녀가 있었다"며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면에서 서로 많이 통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서로의 종교를 알아가는 시간이 됐다.

현일 스님은 "지금 조계종에서는 이곳 서부지역에 교구를 설립하기 위해 준비중이고 이를 위해 모인 것이 '조계종 연합회'"라며 "가톨릭의 교구 운영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한상만 부회장 신부는 "가톨릭은 속지주의로 지역을 중심으로 교구가 설정돼있고 그 지역에서의 권한은 그 교구를 담당하는 '주교'가 갖고 있다. 한인공동체를 사목하는 우리도 소속된 교구의 주교님으로부터 사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 신부들이 수도회와 일반 교구 사제와의 차이도 설명해주자 스님들은 "우리 불교계 용어로 '이판'과 '사판'의 차이로 이해하면 되겠느냐"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짓기도 했다.

스님들은 "간단히 말해 이판의 스님은 수덕하는 스님이고 사판은 행정, 사찰 운영에 임하는 스님들"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의 공통 화제인 군대 이야기도 나왔다.

정범 스님은 "군승으로 있을 때 군종 사제들과 매우 친하게 지냈다"며 가톨릭 사제들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양태현 신부는 "나 역시 군종 신부로 있었는데 몇 년도에 계셨느냐"며 서로 연대를 맞춰 보며 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LA조계종연합회 지나 사무과장은 "개인적으로 성당에 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찰에도 이같은 아름다운 장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속 카페 주변의 정원을 내려다 보고 있던 정범스님은 "커피향이 물씬 나는 가운데 분위기 있는 카페가 성당 안에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사찰에도 응용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스님들도 "성당이나 사찰은 결국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편히 원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 아니겠느냐"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편안한 담소 속에서 두 종교인들은 어느덧 두 시간이나 보냈다. 헤어지면서 스님과 신부님들은 "앞으로 큰 행사가 있으면 서로 연락하면서 초대도 하자"는 덕담을 주고 받았다.

종교간의 벽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소소한 대화만으로도 그 벽을 얼마든지 넘을 수 있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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