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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밖에선 푸대접 받는 '한식'

[비즈 포커스] 장모씨의 힘겨운 '한식당 자리' 찾기

"일·중식 비해 연기·냄새 많아"
핵심 상권지역 몰 임대 꺼려
아예 업종 바꿔 입주 경우도
한식세계화' 허망한 구호뿐


"전략을 바꿔 '한식'이란 말을 꺼내지 말든지, 좀 더 한적한 지역을 알아봐야 할까봐요."

식당을 오픈할 몰을 2년째 찾고 있는 장경아(가명)씨의 푸념이다.

장씨는 지난 2년 동안 비빔밥을 소재로한 '패스트 캐주얼' 식당 장소를 찾기위해 LA 인근 50여개 몰을 돌며 에이전트와 만났지만 아직도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식당의 입점은 허용할 수 없다'는 답이 번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예전 LA한인타운에서 한식당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장씨는 이번에는 한인타운 밖에서 한식의 건강함과 간소한 서빙을 테마로 사업 구상을 했고, 그러다 보니 입점을 문의한 곳도 비교적 번화가의 신축 쇼핑몰들이었다. 직장인, 관광객 등이 간편하게 한식을 접할 수 있고, 수입이 많지는 않더라도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장씨는 "선셋 거리에 사무실, 패션과 영화업계 종사자들이 편히 찾는 한 몰을 정하고 입점 문의를 했지만 '한식은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하지만 한식 대신 이내 일식과 중식이 같은 몰에 입점하는 것을 보고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가 지켜보고 문의했던 일부 식당 자리들은 아직도 비어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쯤되면 이것은 한식에 대한 인지도 문제라기 보다는 '거부감'이라는 추정도 가능해진다.

그는 버뱅크 공항 근처, 글렌데일 시청 인근의 몰에도 문의를 했었다. 에이전트들의 답은 모두 '짠 것처럼' 비슷했다. "중식 또는 일식과 겹친다", "주인이 원치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렌트비 인하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요식업 무경험자도 아닌데 매번 몰들은 한식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을 관리하는 대형 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경험이 장씨만의 경험은 아니라고 확인했다.

남가주내 200여개 몰을 관리하고 있는 S사 한 관계자는 "한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히 이야기하면 한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연기, 냄새, 음식 재료 쓰레기 등이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인타운에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신생 상업용 몰은 입점 점포의 내용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번화가 신규 몰에서의 한식은 문화적 인식과 비즈니스상 수용도(Adoptability) 측면에서 중식과 일식에 많이 뒤처진다는 것이 적어도 장씨가 경험한 2년의 결론이었던 셈.

대부분의 한식점 오너들도 적잖은 공감을 표시한다.

다이아몬드바에서 한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중국 또는 베트남 커뮤니티에 기대지 않고 샌타모니카, 컬버시티, 팔로스버디스 같은 곳에서 몰 안에 한식당을 연다는 것은 거의 가뭄에 콩이나는 것과 같다"며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고 전했다.

10년 이상 식당 매매를 전문으로 해온 이모 부동산 에이전트는 "LA와 OC의 한인 밀집지역을 제외하고는 한식점을 내는 분들은 찾다찾다 할 수 없어 단독건물을 렌트하거나 구입해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예 음식 종목을 바꿔서 일을 다시 추진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고 전했다.

결국 한식의 세계화는 '일상화'일 수도 있는데 일식이나 중식처럼 어디서든지 편하게 즐길 수 있기엔 아직 환경과 인식이 열악한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감대인 것이다.

장씨는 앞으로 새로 열 식당을 '한식'이 아닌 '아시안 퓨전'이라고 소개할 예정이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라틴계 또는 타 아시아계의 입맛에 맞춘 메뉴를 새로 개발해볼 생각이다.


최인성 기자 choi.inse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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