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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LA중앙일보] 발행 2017/07/28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7/07/27 21:11

미국 최고령 노인이 지난 토요일 팜스프링스 인근 자택에서 숨졌다. 북가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나 1970년 남가주로 내려온 매튜라는 109세 노인이다. 소식을 전하는 방송은 이제 100세 시대를 넘어 120~130세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예측까지 들뜬 목소리로 내보내고 있었다.

맞다. 정말 100세 시대는 현실이 되었고 인간 수명은 계속 더 늘어나고 있다. 유엔 기록을 봐도 2015년 현재 100세가 넘은 사람이 전 세계에 45만1000명이나 된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가장 많아 7만 3000명 쯤 된다. 그 다음은 일본으로 6만5000명이 100세를 넘겼다. 한국은 2015 센서스 기준으로 3159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나라 공히 100세 이상 고령자의 85%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조선 시대엔 평균 수명이 요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았다. 그래도 100세 이상 산 사람들이 꽤 있었다. 숙종-경종-영조 세 임금을 모셨던 환관 기경헌(1670~1771)은 101세까지 살았다. 홍인보(1735~1835)라는 환관도 정조-순조를 거쳐 헌종 때까지 살며 100세를 채웠다. '양세계보(養世系譜)'는 조선시대 때 편찬된 세계 유일의 내시 족보책이다. 여기에 기록된 환관들을 봐도 대부분이 환갑을 넘겨 살았고 80~90세 장수를 누린 이도 흔했다. 조선 국왕의 평균수명이 47세였고, 일반 양반들의 평균 수명 또한 50대 초중반에 머물렀을 때였음을 감안하면 환관들의 이런 장수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를 두고 인하대 민경진 교수와 고려대 이철구 교수팀은 남성호르몬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면역계와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이 적었기 때문에 환관들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는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산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더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 연구대로라면 '강력한 남성다움'은 보기엔 멋있을지 몰라도 수명 연장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같다. 오히려 절제(혹은 금욕)와 여성스러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장수 비결임을 유추할 수 있겠다. 섬세하고 풍부한 감수성, 배려와 온유의 마음가짐, 활발한 사교와 수다 같은 여성적 성품이 장수에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나이 들어도 계속해서 몸과 정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느냐의 여부가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떠오른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던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떤 양로원에 알란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오늘은 그의 100번 째 생일. 이를 축하하기 위한 성대한 파티가 준비되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순간 그는 미련없이 1층 창문을 넘어 도망을 친다. 다시 새로운 인생을 찾아서….'

이후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더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주인공이 100세 노인이라는 사실만큼은 주목해 달라고 하고 싶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아가 실제 현실에서도 이젠 100세 노인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80은 아직 젊고 70은 너무 젊기 때문이다. 하물며 50, 60임에랴.

평생 창문 한 번 넘지 못하고 창밖만 내다보다 갈 게 아니라면 다음 대사 한마디쯤은 기억해 두는 것도 좋겠다. 100세 생일에 다시 창문을 넘었던 주인공 알란이 영화에서 한 말이다. "소중한 순간이 다가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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