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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한국서 놀러와 신세 좀 지자는데…

박문규 / 전 평통위원·세리토스

한국에서는 이제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많은 직장인들이 여름 휴가를 맞는 계절이 됐다. 본국에서 미국을 방문해 가족·친지를 방문하고 관광지를 돌아보며 한 달만이라도 자녀를 이 곳 학원에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LA는 관광 명소들이 많고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많은 본국인들이 몰려온다.

나도 이곳에 온지 오래 되면서 가끔 본국의 친지나 전 회사 동료들의 방문이 있지만,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나의 지인 한 분은 아주 오래 전 이와 유사한 일로 이혼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나는 방문객들이 나의 가족이 아니라면 내가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는지 미리 물어보곤 한다. 서로 불편하고 내가 감당하기에 무리한 부탁이라면 미리 솔직하게 설명해준다. 전문가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주겠다든가, 우리는 집 사정상 도저히 불가능하니 다른 가정을 한 번 알아봐 주겠다는 등.

그런데 가까운 가족들이 온다면 우리 식구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모든 것 털어놓고 불편함이 없도록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 모시면 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먼저 무의식 중에 본국의 친지들에게 큰 기대감을 갖도록 부추긴 경우도 없지 않았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지. 가끔 본국의 친구나 지인들과 전화로 대화를 하다보면 이 곳에 사는 게 큰 자랑이고 어느 때든 먼 여행도 주저없이 떠날 수 있는 양 좋은 것들만 언급하고 한 번 놀러 나오라고 쉽게 말하지 않았는지. 부담 없이 여기에서 푹 쉬었다 가라고 해놓고는 막상 한국에서 날짜 잡아 온가족이 그 곳으로 떠나니 며칠만 집에서 신세 좀 지자고 연락 오면 그때 가서 부랴부랴 당황해하는 일은 없었는지 돌이켜보아야 한다.

나의 경우는 친구·가족의 자녀를 우리 집에 맡기기를 원하는 분이 더러 있었다. 내가 할아버지처럼 보살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 때마다 그들에게 나는 이제 나이도 들었고 구식이라 안된다고 사실대로 말해보지만 사뭇 서운한 눈빛을 보이곤 한 적이 많다.



내가 아는 지인 한 분은 아들을 중학교 1학년 때 혼자 미국의 어느 아는 분의 집에 머물게하며 학교를 다니게 했었는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몇번이나 학교를 옮긴 나머지 2년이나 지나서 도로 서울로 나간 경우도 있다.

본국에서 찾아 오신 분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말 것이지만 사리에 맞게 서로가 이해하려는 마음이 절대로 필요할 것 같다. 어떤 경우에도 남의 신세 질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쓸데없이 부풀려 잘 나고 돈 많은 양 허풍 떨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 될 것이다.

이곳 생활의 바쁜 실상을 한국분들께 솔직히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매너가 아닐지.

오랜만에 멀리서 찾아온 친지들이 우리집에 머무는 한 자기집처럼 편안한 마음 갖도록 배려하고 뒷마당에서 과일 먹으면서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며 옛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겠다. "Make yourself a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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