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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북한의 미사일이 말하는 것

북한이 지난달 28일 '화성14형'을 두 번째 시험 발사했다. 화성14형 발사는 한 달 새 두 번째로 1차는 지난 4일 독립기념일에, 2차는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에 발사했다. 날짜만 봐도 미국의 심사를 긁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노리는 최종 목표점이 어딘지를 알 수 있다.

화성14형은 이전의 미사일과 분명히 다르다. 1차 발사 미사일의 사거리는 5500km지만 2차 시험 미사일은 1만 km 내외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나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 본토 사정권'은 아마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레드 라인'으로 보인다. 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8년 동안 중국의 멱살을 잡아 북한을 제어하라고 을렀던 '전략적 인내'가 지키려 했던 금지선으로 보인다.

'미 본토 사정권'이 "넘으면 끝이야"라고 경고하는 붉은 선이라면 북한은 이미 그 선을 넘었거나 머지않아 넘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가 그렇다. 한데 북한이 선을 넘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어느 순간인가 북한은 선을 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의지는 선을 향해 달려가는 북한의 속도에서도 읽혔다. 언제든 걸음을 늦추고 협상을 할 의향이 있는 브레이크 달린 속도가 있고 협상과 상관없이 선을 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브레이크 없는 속도가 있다. 최근 북한이 낸 속도는 브레이크 없는 것이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미사일을 14차례 시험 발사했다. 한 달에 두 번꼴이다. 여기에는 지대함·지대공 미사일도 들어있다. 지난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시험한 것까지 포함하면 유형별로 쏘고 싶은 것은 원 없이 쏘고 있다. 단순히 미 본토 타격용 개발이 아니라 미사일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핵실험은 2006년 이래 3~4년 간격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8개월 간격으로 4차·5차 실험을 감행했다. 최근의 거침없는 속도로 볼 때 핵탄두 소형화 해결을 목표로 머지않아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이 선을 넘겠다며 속도를 낼 때도, 선을 넘었을지도 모르는 지금도 북한 핵 대책은 변한 것이 없다. 중국 멱살 잡기와 북한 봉쇄 두 가지다. 변한 것이라곤 '더 세게'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할을 못 하는 중국에도 강력한 금융·무역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의 입이 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고 주장하며 대화 자체를 선물로 보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조건 없이 북한과 당장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북한과 대화하지 않으면 북한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다룰 수도 없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도 결단해야 한다. 북한과 대화 자체를 손해나 패배로 보거나 봉쇄와 압박으로 충분하다는 냉전식 사고에서 벗어날지 말지를. 봉쇄와 압박은 소련과 싸우던 냉전 방식이다. 중국과 수교하고 러시아와는 연방 붕괴 이후 시장과 자본으로 교류하면서도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냉전식 해법을 고집하고 있다. 화성14형까지 온 지금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기 전에 미국도 입장을 정리할 때가 됐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이 봉쇄를 풀고 지구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북한을 냉전의 유물을 남겨놓으면 군사적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북한을 받아들이면 다른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을까? 만나고 대화해야 알 수 있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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