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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슈즈 만든 성수동 ‘구두 대통령’

[조인스] 기사입력 2017/08/01 10:59

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씨
대통령 낡은 구두, 싼 양말 신어 놀라
에나멜 구두 한 켤레 만들어달라 해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제화장인 유홍식(69)·전태수(63)씨는 지난 5월 청와대로 ‘은밀한’ 출장을 다녀왔다. 일주일 차이로 청와대에 들어간 두 사람이 발 치수를 잰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였다. 한 달쯤 뒤, 유씨와 전씨는 TV에 나오는 대통령 부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국·독일을 순방하는 문 대통령은 유씨가 만든 신발을, 김 여사는 전씨가 만든 신발을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선코 구두 만든 전태수씨
김정숙 여사 신발 찾으러 깜짝 방문
서민들을 자주 찾아다니면 좋겠다


유씨는 문 대통령의 구두 6켤레를 만들었다. 김 여사의 ‘버선코 구두’는 여성화 전문인 전씨의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달 말 만난 두 사람은 “구두를 50년이나 만들었는데도 밤잠을 설칠만큼 설렜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2013년 서울시 수제화 명장 1호에 선정된 유씨는 청와대 출장에 나선 계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 남성이 공방에 찾아와 ‘출장을 가실 수 있냐’고 물었어요. ‘출장은 안 나간다’고 하자 10분 정도 망설이더니 청와대 관계자임을 밝히면서 ‘대통령의 구두를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전씨 가게에도 젊은 여성 두 명이 찾아와 “어머니께 선물하고 싶다”며 신발 여러 켤레를 신어보고 사진도 찍어 갔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찾아와 김 여사의 구두제작을 의뢰한 것은 그로부터 3일 뒤였다.

유씨는 “대통령이 낡은 구두와 저렴한 양말을 신고 있어 놀랐다”며 “대통령은 딱히 취향은 없어 보였지만 에나멜 구두 한 켤레를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구두는 이탈리아 소가죽으로 만들었다. 유씨는 “가격은 한 켤레에 60만~70만원이다. 해외 순방의 의미를 고려해 조금 깎아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부부의 커플 등산화도 납품했다.

김 여사는 전씨에게 발의 굳은살을 보여주며 “선거 기간에 하도 돌아다녀 생겼다. 발이 안 아프게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두 앞코를 버선코처럼 만든 구두는 전씨의 대표 디자인이다. 그는 “옷의 기장을 고려해 구두 굽을 5㎝와 8㎝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김 여사가 냈다”며 “김 여사가 완성된 신발을 찾으러 가게를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씨와 전씨는 “제작은 보름 정도 걸렸고, 납품한 뒤에야 두 다리 뻗고 잤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성수동 거리에서 ‘구두 대통령’으로 통한다. 장인이 되기까지의 이력도 닮았다. 전남 광주가 고향인 유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출해 서울로 올라왔다고 했다. 서울 명동의 구두 공장에서 1년 간 일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은 그는 집에 돌아와 일주일간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구두장이’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신발 한 켤레를 만들기 위해 열흘간 수백 번의 망치질을 한다. 13살 때부터 같은 망치를 쓰고 있다. 스승 천귀남(77)씨가 55년 전 손에 쥐어 준 이 망치는 그의 보물 1호다. 배우 최불암, 고두심 등이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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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대장장이였던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았다. 강원도 홍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 올라와 구두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기술을 익혔다. 그는 “국내외 수제화·기성화들을 분해해 보면서 디자인을 독학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가수 싸이의 신발을 만들기도 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구두 기술로 큰돈을 벌어 1990년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부도가 났던 것. 이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구두 기술 하나로 재기에 성공했다. 50년간의 반복된 작업으로 손가락이 휘어진 두 장인은 “내가 신을 신발이라는 생각으로 구두를 만든다”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 부부가 우리가 만든 신발을 신고 서민들을 자주 찾아다니면 좋겠다. 그리고 주인의 성품이 그대로 투영되는 신발처럼 대통령이 정직한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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