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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당신이 '페친' 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LA중앙일보] 발행 2017/08/02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7/08/01 20:37

페이스북 동네에 '페친정리' 공지가 유행이다. 서로 교류도 없이 이름만 걸고 있는 사람들은 페친을 취소하겠다는, 좋게 말해 양해 요청 쉽게 말해 선전 포고문이 '폐업정리' 벽보처럼 수시로 내걸린다. 그러면 그의 페친들이 화들짝 놀라며 '우리 사이 아직 괜찮은지?' 묻거나 앞으로도 쭈욱 계속 괜찮고 싶다며 줄줄이 댓글을 달거나 문안 인사를 건넨다.

내가 뭘 하건 관심없고 반응없는 페친들이 리스트에 가득하다 한들, 말 그대로 관심없어 하니 그냥 둬도 대세에 별 지장은 없을텐데, 또 상대방의 글이나 공유물이 내 뉴스피드에 올라오는게 싫어서라면 그냥 언팔로우 하면 그만인데 굳이 메가폰을 들어 정리해고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끔 의아했다.

하긴 '친구란 속깊은 얘기를 주고받고 시간을 나누는 상대'라는 고전적인 정의를 버리지 못한 나로서도 수년 전부터 신종 친구인 '페이스북 친구, 페친' 때문에 친구라는 개념이 영 어수선해졌다.

처음엔 잘 알던 친구들로 페친을 제한했지만 점점 관계망이 확장되면서는 학교 동창과 옛 직장 선후배와 지금 회사 선후배와 상사와 어쩌다 알게 된 사람 얼굴 한번 못 본 사람까지가 모두 대동단결 '페친' 으로 묶였다.

그리고는 이따금씩 페친으로 신청해오는 낯선 이름을 '친구'로 수락할 때마다 여전히 소심하게 갈등한다. 분명 그 이름도 아름다운 친구들인데 그 앞에 사소한 일상의 낙서 하나 올리기조차 조심스러워지면서 자꾸 의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 때문에 페친을 만들었나? 무슨 이유로 그들과 페친으로 살고 있나?

최근 온라인 미디어 '쿼츠'는 '국제 가상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킹 저널' 에 실린 연구 리포트를 인용하여 미국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4가지 타입으로 정의한 흥미로운 기사를 소개했다.

첫째 '관계 형성가'는 페이스북을 가족, 친구 등 기존 오프라인 관계를 유지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타입이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가족 친구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고 근황을 확인하며 사진과 영상을 많이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다.

두번째 '윈도우 쇼퍼'는 남들 다 하는데 안 할 수 없어서 같은 '사회적 책임감' 때문에 페이스북을 하는 타입이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불가피한 현대 삶의 일부로 인정은 하지만 자기 사진이나 글은 올리지 않고 댓글이나 좋아요 반응도 거의 하지 않으며 사람들의 근황 파악용으로만 사용한다.

세번째는 '소식통' 타입이다. 사람들과 공유할 정보를 알리는 것이 페이스북 사용의 주 목적이며 중요한 이슈를 신속히 알리고 유행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는데 페이스북이 가장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크에서 소셜 미디어로 변신시킨 주인공들이다.

네번째는 자신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셀카족이다. 이들은 자신을 ‘따르는' 팔로어들로부터 받은 좋아요와 댓글에서 힘을 얻고 좋아요가 많을수록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여긴다. “내 폰 안에만 담긴 사진은 아무 의미가 없지만, 페이스북에 올리면 나는 뭔가 의미있는 활동을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어디서 참 많이 보고 있는 이 익숙한 페북 사용자 유형은 왜 전세계 20억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페친으로 살아가는 지 그 이유를 심플하게 증언한다. 어떤 이들에게 페친은 여전히 속 얘기 털어놓는 고전적인 친구의 온라인 리스트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나를 바라봐주는 관중이고 내가 고른 뉴스를 확산시키는 다중인 것이다. 그러니 수십명 친구로 한산한 페북도 수천명 팔로어로 요란한 페북도 각자의 생존 이유와 가치가 나름 존재하는 셈이다. 수천명의 페친 집단이 유의미할 수도, 말해도 대답없는 이름은 더이상 친구하기 싫어 헤어지고 싶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 당신이 페친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확인했는가? 나는 아무래도 소심히 갈등하고 긁적대고 의문하며 여전히 페친으로 살아가게 될 것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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