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경제 에세이] 주가 고공행진 이유 있나

최운화/유니티은행장

근대 주식시장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와 인도 및 동남아 개척에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대항해 시대의 선두주자였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기울면서 16세기 말 17세기 초에는 그 힘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로 옮겨갔다.

그런 시절 1602년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주목적은 신대륙과 인도 및 동남아와의 교역을 위한 것이었는데, 출항에 앞서 투자자를 모아 한 번 항해를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그 돈으로 항해비와 상품 구입비를 조달하고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면 원금과 이익금을 투자자에게 나눠주었다. 그런데 워낙 장기 항해다 보니 위험이 높아 소수의 큰 손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 다수의 소액투자자에게 돈을 모으는 방식의 주식회사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처음에는 한 번의 교역에 투자해서 교역이 성공하면 투자금과 이익금을 돌려받는 일회성 방식이었는데, 교역이 자주 일어나자 상시 투자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자 보유한 주식을 한번 항해가 끝날 때마다 회사에서 정산해주는 방식에서, 투자자끼리 서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발전해갔고 이것이 바로 근대 주식시장의 토대가 되었다.

이 일회성에서 상시투자로 바뀌면서 주식은 주식시장의 탄생기와는 완전히 다른 원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일회성 투자의 특징은 교역 즉 배가 한번 출항해서 네덜란드의 상품을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에 팔고 돌아오면서 향료 같은 그 지역의 상품을 가져와 파는 과정이 끝나면 돈을 회수하는 방식에 있다.



일회성 투자방식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그 배가 교역하는 상품들의 내용에 따라 이익금을 예상했고 여기에 항해의 위험과 교역상의 약탈이나 해적의 공격 같은 위험도를 고려해 투자금이 정해졌다. 한마디로 투자대상인 동인도회사와 해당 배에 대한 분석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상시투자 방식에서는 주식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투자금을 가져가고 나면, 일반적으로 그 회사는 주식을 현금화해주지 않는다. 회사 실적에 따라 배당금을 주기는 하지만, 투자한 원금에 대한 환불은 회사가 해주지 않는다. 가끔 회사가 자사주를 주식시장에서 되사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따라서 현대의 주식거래는 정작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아닌 투자자들끼리 주식을 사고팔아야만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이 초창기 주식시장의 거래와 판이하게 다르다.

이렇게 제삼자가 내 주식을 사줘야만 현금화되는 현대의 주식시장 방식에서는 투자대상회사의 실적과 전망 만이 아니라,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규모와 주식투자의 인기도까지도 챙겨야 한다. 연방은행이 돈을 줄여 주식시장에 들어올 돈의 양이 줄면 투자대상기업들의 실적과 상관없이 주식가격이 떨어지기도 하고, 부동산투자나 채권투자 또는 해외 주식시장의 인기도가 올라가면 미국 주식시장의 전체적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실적이 별로인데도 주식가격이 올라가기도 하고, 회사 실적이 나빠도 주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 연방은행이 대규모로 돈을 풀어대던 90년대 말과 2000년대 말 닷컴버블과 서브프라임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현대의 주식시장은 회사의 실적과 전망뿐 아니라 경제 상태와 연방은행의 돈관리 정책 또 해외시장까지도 다 분석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수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이를 제대로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주식에 대한 투자는 묻지마식 투자일 수밖에 없다는 자조의 소리도 나온다. 요즘 연일 주식시장의 신기록 행진이다. 기업실적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금융정책으로 돈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해외에서 미국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돈이 많이 들어와서 그럴 수도 있다. 회사들의 실적 외의 변수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천재적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결론이 안 난다는 사실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하는 무서운 존재가 주식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