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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전 서부 숨결 고스란히…'타임캡슐' 속 오트맨 마을

금광촌 번영 구가하다 폐촌
역사도로 따라 관광명소로

인적 드문 황야, 길은 거무죽죽한 산골짜기로 이어진다. 준비한 영화 주제곡 '역마차'를 틀어 놓으니, 주위는 어느새 100여 년 전 서부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모퉁이만 돌아가면 영화 속 '장고'가 들락거렸을 삐걱거리는 회전문을 단 술집과 이발소가 나타날 '타임캡슐' 속 마을 '오트맨'이 보일 것이다.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마을, 말 그대로 '고스트 타운(Ghost town)'으로 불리는 곳이다.

한때는 나름대로 남 부러울 것 없는 번영을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겠지만, 언젠가부터 하나 둘 인적이 끊기면서 '귀신이나 살 법한' 폐촌이 되고 말았다. 저마다 사연도 가지가지다. 어느 날 산사태나 화산 등이 마을을 덮쳤다거나, 마을 신작로를 젖혀두고 멀리 고속도로가 생겼다거나, 인근의 핵발전소가 폭발했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다시금 옛 영화를 되살리는 곳도 있다. 바로 이곳, 애리조나주의 옛 금광촌 오트맨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1863년 일확천금을 꿈꾸던 쟈니 모스가 이 일대의 블랙 마운틴에서 금을 발견하고서 그의 이름을 딴 '모스'란 동네가 생겨난다. 이후 50여년간 제련술과 운송수단의 발달로 이 마을은 20세기 초반까지 번영을 구가한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미국이 참전하면서 금 이외의 금속이 필요해진 연방정부의 특별조치로 문을 닫기까지 오늘날의 시세로 260억 달러(당시 4000만 달러)어치의 금이 채굴된다.



급속히 쇠락해 가던 이 곳은 마을을 관통하는 '66번 역사도로'로 인해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 1926년 건설된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인 '루트 66'은 1950년대에 이르러 더 넓고 빠른 고속도로가 생겨나면서 루트66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고, 1985년엔 아예 고속도로의 자격을 잃는 수모를 당한다. 이에 87년부터 시민 단체와 지방정부가 도로 복원 작업에 나서고, 2003년엔 비로소 역사도로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이 도로가 지나는 마을들이 하나 둘 새 생명을 부여받은 듯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모퉁이를 돌자, 한 떼의 당나귀들이 길을 막고 있다. 산에서 밤을 보낸 이놈들은 지금 마을로 출근(?)중이시다. 관광객들이 주는 건초 먹이를 탐내서다. 금광촌 시절 금광석과 물자를 나르는데 일조했던 이놈들은 폐광으로 사람들이 이들을 버려두고 떠나면서 야생화된 놈들이다. 지금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 됐다.

길가의 자동차나 최근의 생겼을 기념품점을 제외하곤 마을은 초기 서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외지의 총잡이나, 금광 인부들이 지나다녔을 처마 밑 긴 회랑을 관광객들이 지나다녔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간판에 한 여인의 사진을 새긴 레스토랑 앞에 섰다.

그녀는 1849년 당시 서부에 불어닥친 골드러시를 좇아 1951년 이곳을 지나던 시카고의 오트맨 가족의 딸이었다. 이 일대에서 떼강도를 만나 부모를 잃고, 그녀는 이곳의 원주민에게 팔리는 신세가 된다. 그 원주민 족장의 양녀가 된 그녀는 그들의 관습에 따라 턱에 세로줄 무늬의 문신이 새겨지게 된다. 이후 풀려난 그녀의 운명이 순탄할 리 없었을 터. 간판 속 그녀는 가혹하고도 기구한 운명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이 마을의 이름은 그녀의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건너편엔 어느 날 방문객들에 의해 붙여지기 시작한 1달러 지폐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고 있다. 세상에서 유일한 '돈으로 처바른' 인테리어의 전형을 보여준다. 2014년 전체 금액이 7만 달러, 지금은 10만 달러에 이를 것이란다. 이웃한 오트맨 호텔은 1939년 클라크 게이블이 게일 롬바드와 결혼해서 첫날 밤을 보낸 곳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호텔 앞에는 '역사도로 66'을 타고 왔을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줄지어 서 있다. 옛날 그 자리엔 총잡이들의 말이 묶여 있었을 테지만.

▶주소:181 Main St, Oatman, AZ 86433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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