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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수강?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풀러ㆍ쉐퍼드대학 논란으로 본 기독교 교육 현실 <중>

기독교 교육 기관 질적 하락
사명감과 책임감 더 중요
우후죽순 생겨났던 신학교들
어느 정도 정리 필요한 시점
교직원들 기준부터 높일 필요
양심ㆍ기독교 미래 생각해야


오늘날 기독교 교육 기관들이 위기에 처했다. 북미신학교협의회(ATS)가 지난해 신학교 입학 추세를 분석한 결과 30세 이하 학생이 6% 감소하고 전체 정원도 줄었다. 그러자 신학교들이 속속 온라인 과정을 늘리고, 신학 외 학위 프로그램 신설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생존은 쉽지 않다. 결국, 재정확보를 위해 문턱을 대폭 낮췄으나 이는 전반적으로 학교 수준과 교육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독교 학교들의 일부 운영 행태를 통해 현실의 문제와 대안 등을 짚어본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최근 LA지역 기독교 종합 대학인 '쉐퍼드 대학교'가 부실 운영 등의 문제로 파행을 겪은 사건은 오늘날 기독교 교육 현실에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미서부대학협회(WASC)는 지난달 쉐퍼드대학교에 재정 관리의 불투명성 및 운영 문제 등을 지적하는 경고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최근 WASC가 학교측에 파견한 조사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는데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담고 있다.

<본지 7월26일자 a-1면>

이 사태 이후 전임 총장 및 일부 교직원이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상태며, 이사회가 해산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우선 학교 측은 이 공문과 관련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쉐퍼드대학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문 내용은) 별 것 아니다. 그냥 권고 정도 수준이며 WASC로부터 인준 받는데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본지는 WASC에서 10년 넘게 인준 책임자로 활동한 제이슨 송 박사에게 이 공문 내용의 수위를 문의했다.

공문 내용을 검토한 제이슨 송 박사는 "WASC가 학교 운영과 관련해 사태를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보통 WASC는 보고서 또는 공문 작성시 조언 수준의 코멘트를 사용하는데 이 공문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쓰이는 단어들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WASC의 공문 및 보고서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취재 가운데 드러난 일부 사례는 심각했다. 이는 오늘날 기독교 교육 기관들의 운영 실태를 직ㆍ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한 예로 지난 2014년 11월 쉐퍼드대학교 교수 회의에서는 '가짜 학생' 문제가 논란이 됐다. 김모 학생이 학교에 등록을 해놓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수업에 참여한 것이다. 대리 수강은 목회학(M.Div) 과정 3년, 목회학 박사과정 1년 등 약 4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쉐퍼드대학교 전직 직원은 "정작 학교에 등록한 김모씨는 학교 출석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전 과정을 대리로 이수했다"며 "나중에 한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실이 드러났는데 당시 신학과 과장 및 학장은 '가짜 학생'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쉐퍼드대학교 측 역시 '가짜 학생' 논란을 인정했다.

이 학교 샬롬 김 임시총장은 "당시 학교는 실수에 대한 인정과 그것에 대한 자체 시정 노력을 했고, 그 이후에 재발하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쉐퍼드대학교는 그동안 미주 한인사회에서 명망있는 기독교 종합대학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제자입니까'를 저술해 한인에게도 유명한 후안 카를로스 오르티즈 목사를 원로 학장으로 선임한 학교다.

그러나 WASC로부터 정식 인가까지 받으려고 했던 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본지는 이러한 사례가 일반 대학에서는 가능한 일인지 알아봤다.

캘스테이트(CSU) 입학처 측은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일반 대학 기관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고 발생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만약 그런 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실제 일어났다면 해당 학생 제적은 물론이고 철저히 조사해서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학교 역시 교육당국으로부터 징계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주먹구구식 행정은 그동안 신학교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해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 이상명 총장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부 신학교에서는 각종 불법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독교계에서는 그동안 우후죽순 생겨났던 신학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이러한 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 직원 및 교수 채용시 기준부터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인 2세 데이브 노 목사(변호사)는 "하버드, 예일, UCLA 등 일반 대학 기관에서 행정이 불투명하거나 학문적으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교수 또는 학장 등으로 채용하는 경우를 봤는가"라며 "오늘날 신학교를 보면 학문적, 신학적으로 검증도 안된 사람에게 '교수' 직책을 남발하고, 단지 큰 교회 목사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교단에 세우는가 하면 일반 대학 기관에도 못미치는 행정 능력으로 학교를 운영하니 총체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스테판 지 목사(샌프란시스코)는 "신학교는 학문 기관이기에 앞서 하나님 앞에서 '신학'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양심적이고 사명감을 가진 교육 기관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신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더 투명해야 하고 기독교의 미래에 대해 책임감과 철학을 갖고 학교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알려왔습니다>

본지 8월1일자 A-22면 '기독교 교육 기관 현실' 기사에서 본지는 북미신학교협회(ATS) 대학원 현황 통계를 근거로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의 학생 수를 92명으로 보도했으나, 학교 측은 "159명(대학원 120명·학부 39명)"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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