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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북핵, 압박만큼 로드맵 나와야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국이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제 봉쇄라는 평가대로 북한의 수출에 가장 큰 자물쇠를 잠갔다. 석탄과 철 등 지하자원은 물론 수산물과 인력 수출까지 막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에 걸맞는 강력한 응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합의를 끌어냈다는 면에서 미국 외교의 승리로 부를 만도 하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를 보여준 북한과 돈줄을 죄 미사일 개발을 막겠다는 미국의 대결 양상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우려스럽다. 당장 미국에서는 선제타격보다 한 발 나간 예방전쟁 옵션이 제기됐다. 북한도 "미국의 극악한 범죄의 대가를 천백 배로 결산할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덩달아 21일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9월 북한 정권수립일이 맞물리면서 다시 한반도 위기설이 나온다.

행동과 행동이 부딪치고 말이 거칠어지니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한 건 맞다. 하지만 높아진 파고의 현기증을 빼면 북한 핵을 둘러싼 충돌의 양상 자체에 변한 것이 있나 의구심이 든다.



미국은 외교적 승리에 축배만 들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결의가 통과되지 않아 제재를 못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미국은 그래서 중국이 이전처럼 결의엔 찬성하고 이행엔 소극적이지 말라며 예의주시하겠다고 단속에 나섰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도 7일 "중국의 불참으로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폈다.

협상이냐 전쟁이냐. 결국 문제는 다시 둘 중 하나다. 미국은 최고의 압박전술을 펼친 뒤에도 여전히 '모든 옵션'을 얘기하고 있다. 6일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예방전쟁을 꺼내더니 7일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사일 발사 중단이 협상의 최고 신호라며 다시 대화를 얘기했다.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북핵 해결의 로드맵이 없다는 증거라는 미국 내 반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계획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 팀을 압박만 하고 골은 넣지 않는 축구 경기 같다. 압박은 골을 넣으려는 것이다. 100점짜리 압박도 골이 없으면 점수는 0이다.

북핵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0일 동안 이란을 방문하고 있다. 미사일과 핵 관련 기술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두 나라가 회동하자 이스라엘도 군사협력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북한뿐 아니라 이란과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는 이에 반발해 미국 외교관 755명을 추방하며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한국도 미국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탄두 중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핵잠수함 건조 계획도 내놓고 있다. 북핵은 그것 자체로 복잡하다. 여기에 사드 문제로 확대돼 더 복잡한데 여러 나라의 복잡한 사정과 얽히기 전에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라며 "수천 명이 죽어도 거기(한국)서 죽지 여기(미국)서 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말 자체로 경악스럽지만 아직은 북한의 위협이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번스 전 차관은 "미국인에게 진짜 위험은 북한이 미 서부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 능력을 갖추는 몇 년 안에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든 옵션을 얘기하기 전에,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로드맵부터 만들어야 한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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