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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 과학계 선도하는 한인과학자들①

순차 분석 통계 분야서 독보적 존재
김동연 조지타운대 겸임 부교수

미세한 변화 발견해내 혁신 이끌어
약품 개발·기후변화 분석에도 적용
편집자주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침대에서 눈을 떠 잠들 때까지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과학기술을 활용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경제력도 좌우한다. 미국이 세계 1위 경제를 유지하는 건 압도적인 과학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기술력의 핵심에 한인과학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한인과학자들은 주류사회 진출 단계를 넘어 과학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을 이끌고 있는 한인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와 한인사회에 전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본다.

김동연 조지타운대 교수는 ‘순차 분석 통계(sequential analysis)’ 전문가다.
‘순차 분석 통계’는 생소한 용어지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순차 분석 통계와 함께 지낸다. 김 교수는 “이성과 데이트할 때 몇 번 만나다보면 ‘이 사람은 내 짝이네’ 또는 ‘이 사람은 아니야’라고 판단하는 시점이 온다”며 “뇌가 이성을 만날 때마다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순차 분석 통계를 진행한 것이고, 계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판단이 선 것”이라고 말했다.



순차 분석 통계는 의미 있는 미세한 변화, 특이한 변화점을 가능한한 빨리 잡아내는 기술이다. 옷을 고를 때나 자동차를 살 때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순차 분석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상품 정보를 무한정 알아볼 필요없이 어느 시점에서 이 옷을, 이 차를 구입해야 겠다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유용한 기술”이라며 “이해하기는 쉬운데 이론은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순차 분석 통계를 임상실험 모니터링에 적용하고 있다. 약을 새로 개발하면 많은 환자들에게 약을 복용하게 한 다음, 약 효과에 대한 통계를 낸다.

이 과정에서 순차 분석 통계를 활용하면, 결론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개발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임상실험에 참여한 환자 안전에도 도움을 준다. 임상실험 도중 부작용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미세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연구자들은 이런 작은 변화를 못 알아채고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김 교수는 ‘스톱’을 외친다. 순차 분석 통계를 통해 나온 결과를 제시하며 부작용 환자에 대한 임상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에게 설명한다. 김 교수는 “약을 먹고 좋아질줄 알았는데 아프다는 발견을 하는 상황이 있다”며 “더 안좋아지고 있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또 하나의 연구분야는 ‘변환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 이다. 김 교수는 이 기술로 기후변화 연구에도 참여했다. 아프리카의 온도 변화를 분석해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기후가 특이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발견했다”며 “1970년대 아프리카에 산업화가 없었는데도 온도와 강우량의 변화가 생긴 것은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 기후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온도가 확 변하는 시점을 발견해서 보고했다”며 “알고보니 그 시기에 산업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순차 분석 통계를 비롯한 통계학은 의학과 기후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등 여러 영역에 적용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유망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인 차세대들에게 통계학과 컴퓨터과학이 융합된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를 추천하고 싶다”며 “이 분야는 사람의 종합적 판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분야 일자리를 빼앗아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계학이란 오류를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학이 풀고 계산하는 학문이라면, 통계는 왔다 갔다하는 수치, 에러를 연구한다”며 “평균 기온이 넓게 보면 일정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왔다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인 차세대들에게 미래를 위해 5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의사소통 기술이다. 김 교수는 “남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자기 뜻을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다른 사람, 다른 팀과 협업이 중요한 시대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나쁘면, 일할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둘째, 교양을 넓혀야 한다. 김 교수는 “자기 전문 분야를 확실하게 하면서 다른 영역도 넓혀 나가야 살아남는다”며 “나도 수학 전공 뒤 통계학을 전공했고 우주, 질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셋째, 다양한 언어 구사다. 김 교수는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잘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며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이 한국어를 못하면 10대 때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한국어를 왜 배워야 하냐’고 하지만, 푸시해주면 10대에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자부심을 갖게 된다”며 “한국어와 음식 등 한국문화를 지키도록 부모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능하면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일본어를 배우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언어 구사력은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다양한 문화와 정보에 접근하게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더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흡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넷째,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다. 김 교수는 “컴퓨터와 소통하면서 컴퓨터에게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언어를 꼭 알아야 한다”며 “나는 포트란과 C언어, R언어를 익혔고 통계를 낼 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째, 다양한 직업이다. 김 교수는 “은퇴 뒤 다음 직업을 가지고 10~20년을 살아가는 시대”라며 “대학 때 배운 기술은 몇 년 가지 않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파지 말고 우물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호기심을 키우고, 틀에 박힌 사고를 깨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돈 없어서 못 배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인터넷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교수는
연세대 수학과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1992년 도미, 미시간대 앤아버에서 통계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 학교의 우드 루프 교수로부터 순차 분석 통계 이론을 지도 받았다. 이후 일리노이주립대, 미시간주립대, 버지니아공대에서 교수로 재임했고, 현재 조지타운대, 버지니아공대 캐릴리온 의과대학에서 겸임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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