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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서드 에이지' 30년 계획 있습니까

이원영 / 논설실장
이원영 / 논설실장  

[LA중앙일보] 발행 2017/08/0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7/08/08 21:13

처크는 영국 성공회 목사로 25년째 봉직하는 50대 초반.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해왔고 자랑스러운 두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처크 목사는 신도들 앞에선 항상 근엄한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감정표현도 자제했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것만이 본인의 직무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위한 배려는 이기적이며 죄의식까지 드는 행위라고 스스로를 단속했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은 억눌러오던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알코올 중독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신도들에게 어렵게 고백하고 알코올 중독치료를 받았다. "알코올중독협회에서 매일 전화를 걸어와 묻는 겁니다. 처크, 오늘은 당신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글쎄요, 저를 위해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정과 일터에서 젊음을 온통 바쳐온 수많은 중년들의 모습이 겹친다.

치유과정에서 처크는 '너 자신을 돌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인생은 한정되어 있고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이후 그는 종래의 근엄함을 벗고 여름성경학교 어린이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게임도 했다. 신학교 때 중단했던 기타연주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아침에 한 시간을 할애해 책 읽고, 묵상하고, 일기 쓰는 오로지 자신 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저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한달에 한번 부부 모임을 가지면서 '평생 친구'로 만들었다. 4달 간의 안식휴가도 누렸다.

자신을 돌보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제2의 인생 황금기를 맞고 있다.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가 쓴 '서드 에이지(The Third Age)'에 나오는 일화다. 이 책에 따르면 이전에는 인생을 청년·장년·노년기로 나누었다면 이제는 청년(~30세)·장년(30~50세)·중년(50~80세)·노년기(80~) 4개 연령기로 나눠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서드 에이지'는 중년기 30년 간을 일컫는다. 배우고 결혼하고 일하며 가정을 건사하는 데 헌신해야 하는 청·장년기를 보낸 후 찾아오는 황금의 30년이 서드 에이지다. 이 연령대는 부양 부담을 덜고, 경제적으로는 안정되고 건강도 괜찮아 진짜 자기인생을 살 수 있는 연령대다.

그러나 현대의 중년들은 서드 에이지를 위한 준비가 거의 안 되어 있어 갈팡질팡하고 있다.

새들러는 12년 간에 걸쳐 200여 명의 40, 50대 중년 라이프를 추적 조사해 책을 냈다. 중년기를 '안전벨트를 매고 착륙'하는 시기가 아니라 '다시 이륙하는 시기'로 삶을 리셋한 사람들은 어느 연령대보다도 더 행복하고 보람찬 인생을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됐다. 서드 에이지는 30년이라는 세월을 덤으로 얻은 '보너스 인생'이기에 이 중년기를 잘 이용하는 법을 배운다면 갱신(renewal), 갱생(rebirth), 재생(regeneration), 재충전(revitalization), 회춘(rejuvenation)과 함께하는 행복한 인생을 이끌 것이라고 새들러는 조언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배려하는 법 배우기'다. 자신을 배려하는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을 더 잘 배려한다.

주변을 보면 은퇴 후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쓸 지 몰라 막막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드 에이지는 부담을 덜고 온전하게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3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65세 은퇴 후 95세에 이르러 덧없고 희망없는 서드 에이지 30년을 보낸 것을 후회하면서 105세에 또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학공부 결심을 했다는 호서대 설립자 고 강석규 어르신의 수기'95세 노인의 후회'를 읽어보시길.


95세 노인의 후회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그 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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