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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자발적 추방자가 되라

이영주 / 수필가

오래 전 C교수가 열었던 다도회에서 흑인 여성작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칼라 퍼플(The Color Purple)'의 작가 앨리스 워커(Alice Malsenior Walker, 1944년~ )를 만난 적이 있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는 "제 나이가 올해 60이 되었습니다" 하는데, 60이라기엔 너무나 곱고 단아해서 믿을 수 없었다.

"60이 되니까 비로소 갈 길이 확실하게 보입니다. 전엔 자신의 욕망과 사회적 욕구 속에서 수 많은 인생의 갈래들이 얽혀 있어 매우 혼란스러웠지요. 그런데 60이 되니까 그 복잡했던 갈등들이 어느새 하나의 길로 뚜렷하게 정리돼더라구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는데,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마침 나 역시 같은 나이 대라서 그 말이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나도 그녀처럼 생의 목표를 한 가지로 정하고 나니 그렇잖아도 단순세포인 삶이 더 단순해졌다. 단순한 삶은 하루 하루가 편안하고, 기쁜 일이 더 많아졌고, 삶 자체가 감사하기만 하다.

갑자기 앨리스 워커를 떠올린 건 오늘 아침 C교수가 페이스 북에 올린 류시화 시인의 아침편지 글 때문이다. 류시화 시인은 1972년, 앨리스 워커가 사라 로렌스 대학 졸업식 강연 요청을 받고 졸업생들에게 선물로 준 시, '사랑 받으려고 하지 말라'를 소개하면서 타인의 요구에 순응하는 인생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과 방향으로 나만의 길을 걷는 진짜 가치 있는 인생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라 / 자발적인 추방자가 되라 /

너의 인생의 모순들을 / 숄처럼 몸에 두르라 / 날아오는 돌들을 막고 / 너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



사람들이 환호하며 / 광기에 굴복하는 것을 / 지켜보라 / 그들이 의심의 눈으로 너를 보면 / 너도 의심의 눈으로 화답하라 /



추방자가 되라 /

초라해 보여도 / 홀로 걷는 것을 즐거워하라 / 아니면 혼잡한 강바닥에서 / 성급한 바보들과 / 줄을 서야 한다 /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라 / 추방자가 되라 / 죽은 자들 사이에서 / 살 자격을 얻으라



이 시에서 '자발적인 추방자가 되라'는 표현이 빛의 속도로 공감됐다. 류시화 시인은 "가장 큰 감옥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받지 않을 용기'이니 그러러면 고독을 사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람들이 곁눈질로 쳐다보는 것을 곁눈질로 보며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 맘에 꼭 들었다. 그렇게 자발적인 추방자가 되었을 때, 자신이 가진 감각과 창작성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앨리스 워커는 흑인 소작농 부부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가족 중 앨리스 워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고조할머니 메리 풀과 외증조할머니 탈루하인데, 19세기 미국 남부의 노예였던 메리 풀에게선 근면함과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체로키 인디언이었던 탈루하에게선 인디언들의 문화적 전통과 샤머니즘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어릴 때 형제들과 카우보이 놀이를 하다가 장난감 총으로 한쪽 눈을 실명한 사고로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앨리스는 독서와 시 쓰기로 위안을 삼았고, 그런 외로운 자발적 추방은 자기만의 문학세계 구축으로 성장됐다.

무리 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산다는 게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앎을 통해 삶의 목적을 이루려면', 앨리스 워커의 말처럼 자발적인 추방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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