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령의 퓨전에세이] 열심히 공부하는 중국 정치인들

1960~1970년대 중국의 지식 청년들은 하향(下鄕)정책에 따라 학교를 중퇴하고 농촌으로 내려가야 했다. 지식 청년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줄지어 동북의 머나먼 변방지대로 내려갔다. 집체생활 공농병학원(工農兵學員)이라는 낯선 말 속에서 농사꾼이 되었다. 1966년 문화혁명으로 망가졌던 대학이 되살아난 것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추진세력 덕분이었다. 1977년 대학입시 제도가 부활했다. 그 첫 대학입시에 670만 명이 응시하여 27만 명이 합격했다. 그 이전까지의 대학입학은 추천제였다. 농촌, 공장, 군대에서 당성을 기준으로 대학생을 뽑다 보니 나이, 학력이 뒤죽박죽이었고 질 문제는 치명적이었다. 1997년 8월 ‘교육과학 공작좌담회’에서 덩샤오핑이 소리를 질렀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지 혁명가를 양성하는 데가 아니야” 라고.

그랬다. 16년 전 중국 동포문인 몇이 워싱턴에 왔었다. 대학공부는커녕 영어 한마디 배우지 못한 그들의 실상이 실감 났다. ‘오리지날’이라는 말을 두고 한 문인은 ‘오지리날’이 맞다 하고 그의 부인은 ‘오리지날’이 맞는다며 말다툼을 했다면서 어떤 게 맞느냐고 내게 물었다. 세상 한쪽엔 이렇게 미국과 등진 나라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중국에서 고급간부로 성장하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이다. 이 학교 학생은 세 가지로 나뉜다. 고급 당간부, 소수민족 간부(중국엔 55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이론을 공부하는 석, 박사생들이다.

고급 당간부 반은 다시 장관급 반, 청장급 반, 현 서기 급 반으로 나뉜다. 초점은 장관급 반으로 당 중앙조직부가 직접 관장한다. 당 조직부가 각 성(省)이나 정부 기구에 입학생 수를 할당 통보하면 해당 부서에선 미리 준비해둔 순서대로 고위간부들을 당교에 입학시킨다. 약 4개월 과정에 50명쯤 되는 장관급 반에선 무엇을 배울까. 핵심은 3개 기본과 5개 당대(五當代)다. 3개 기본은 정신무장이다. 마르크스주의 기본문제, 마오쩌둥 사상 기본문제, 중국 특색사회주의 이론체계 등이다. 5개 당대에서는 현실 문제를 다룬다. 당대 세계 경제, 당대 세계 과학기술, 당대 세계 법제, 당대 세계 군사, 당대 세계 구조다. 최근에 당대 세계 민족종교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이제 세계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오쩌둥, 류사오치, 화거펑, 차오스, 후진타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인사들이 교장을 역임했다. 후진타오는 거의 10년 동안 재직했고 지금은 국가주석인 시진핑도 교장을 역임했다.

보도로는 요즈음도 중국의 지도자들은 공부에 빠져있다고 한다. 서태후가 살던 집 베이징 화이런탕에 고위간부들이 둘러앉아 전국선전간부학원 교수들이 4개월 동안 준비한 교재로 강의를 듣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을 한다. 주제는 다양하고 66차례 집단학습도 한다.



바야흐로 뛰고 있는 중국이 보인다.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는 엄연히 다르지만, 고위직에 앉아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중국 지도자들의 태도는 부럽다. 그들의 굴기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도 산적한 문제를 두고 싸우고 반대하는 정치인들 보다 공부하는 정치인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령/시인·화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