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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10시간 만에 끝난 '로그아웃'

[LA중앙일보] 발행 2017/08/14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7/08/13 16:49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중독 수준으로 밀착되어 산다. 아침에 잠이 깨면 스마트폰에서 시간 확인부터 시작이다. 어제 올린 피드에 사용자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한다. 아침 첫 피드로 올릴 뉴스가 뭔지도 훑어본다. 출근하면 왼손으로 가방을 내려놓는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컴퓨터 부팅이다. 연속 동작으로 스마트폰을 꺼내고 충전기에 연결하면서 폰 화면에 새로 뜬 알럿을 확인한다. 모니터가 시스템 시작을 알리면 자리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주5일 매일 아침의 자동화된 루틴이다.

당연히 내 시선은 병풍처럼 앞에 놓인 두개의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을 진종일 배회한다. 사실 나는 천성적으로 '비과학적 사고' 에 세피아톤의 아날로그 풍경을 로망으로 품는 사람인데, 어쩌다가 디지털의 망망대해에서 끝없이 노를 젓는 삶을 살게 된 것일까 가끔 망연할 때가 있다.

지난 주말에는 이렇듯 무표정한 반건조 인생은 안되겠다 싶어 컴퓨터와 스마트폰과의 24시간 단절을 시도해봤다. 요즘 유행이라는 '디지털 디톡스'다. 티비를 끄고 랩톱도 치워놓고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어 벽장 안으로 차단시킬 때 잠시 망설였지만, '진정 접속이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접속된다' 는 금언을 되씹으며 과감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보니 귀에서 난데없는 이명이 들린다. 밖으로는 고요와 평화가 아닌 무기력한 적막이 밀려든다.

'최대한 격렬하게 멍하니' 앉아있기를 한참, 뻐꾸기 시계를 보니 겨우 십분이 지났을 뿐이다. 진작 사두고 뚜껑조차 열지 않았던 폴 오스터의 소설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첫 두세장을 읽다가 문득, 몇 달쯤 전에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대해 유명 작가들이 보냈다던 공개 서한에 폴 오스터가 참여했던가 궁금증이 일어난다. 폰을 집어 검색 하려다가 멈칫했다. 나중에 찾아볼 것으로 기록해두자 하면서 다시 폰 메모장을 탭하려다 스톱했다.

책 속 주인공이, 뉴욕은 아무리 산책을 해도 늘 새로운 길이 생겨나는 도시라며 독백하는 장면에 이르자 폰 안에 저장된 3년 전 뉴욕 여행길의 뒷골목 사진을 꺼내보고 싶어지는 나를 발견한다. 아 이건 참! 진저리치며 새삼 깨달았다. 내가 노모포비아(스마트폰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세) 인지 디지털중독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대책없이 산만한 인간이 되어버린 건 명백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 주말의 디지털 디톡스는 수년 전, 디지털 해독에 성공한 가족의 이야기로 화제가 되었던 책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 에서 천명했던 디지털 디톡스 십계명을 '검색' 하는 것으로 열시간만에 끝이 났다.

■ 디지털 해독을 위한 십계명

1. 따분함을 두려워 말지어다.

2. 멀티 태스킹을 말지어다.

3. '윌핑'(검색 목적을 잊고 인터넷을 헤매는 것)을 말지어다.

4. 운전 중 문자를 말지어다.

5. 안식일에는 스크린 사용을 금할지어다.

6. 침실은 미디어 금지 구역으로 유지할지어다.

7. 이웃의 업그레이드를 탐하지 말지어다.

8. 계정은 '비공개' 할지어다.

9. 저녁 식사 자리에 미디어를 가져오지 말지어다.

10. 미디어에 저녁 식사를 가져오지 말지어다. 그리고 온 맘 다해 리얼 라이프를 사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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