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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한반도 위기설 이후

북한과 미국 간의 말 전쟁이 한고비를 넘긴 듯하다. 북미 전쟁 시나리오까지 내놓으며 앞서가던 미국 언론도, 거침없이 전쟁을 언급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경제 공세로 방향을 틀었고 국내적으로는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의 대규모 폭력 시위로 화두를 바꾸었다. 대규모 반미 군중대회 이후 침묵하던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14일 괌 포위사격 보고를 받았지만 "미국의 행태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관망 태도를 보였다.

당장에라도 압력밥솥을 터트릴 듯 기세등등하게 타오르던 불길은 잦아들었다. 그렇다고 충돌 국면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 환경이 변하고 동기가 생기면 다시 불길이 커지고 압력이 치솟을지 모른다.

한반도 위기라 불리는 상황은 지금까지 그랬다. 이렇다 할 타결 없이 충돌과 진정 국면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성향 탓인지 이번 충돌이 가장 위험한 듯이 보였지만 사실 무력충돌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이었다. 지금은 말 전쟁이었지만 당시엔 북한 폭격 계획이 세워졌고 클린턴의 명령만 남은 상태였다.

당시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북미는 협상을 거쳐 제네바합의까지 도출했지만 새로운 국면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23년 뒤인 지금에도 위기는 반복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윌리엄 페리가 지난 10일 "(북미 양국이) 가능한 한 빨리 고위급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당시의 경험을 반영한 발언이다.



북한은 94년 제네바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것을 자신들의 카드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정도의 카드를 갖고 있지 않으면 어렵사리 북미 합의에 이르러도 이행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94년의 경험은 북미의 충돌이 타협접을 찾더라도 이행과 정착까지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새로운 국면이 단번에 열리기 어렵다고 전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한반도 위기 국면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때마다 한국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는 94년을 돌아봐야 한다.

당시 미국은 지금처럼 요란하게 떠들지 않았다. 조용히 북한 폭격 계획을 세웠다. 한데 한국 정부는 일전을 불사한다는 등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보였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북한과 대화 채널 하나 변변히 없으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발언을 주고받으면서도 북한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배워야 한다. 한반도가 가장 안전했던 시기는 남북이 교류하고 대화 채널이 많았을 때였다. 채널이 있어야 군사적 위기 국면도 관리가 가능하다.

또 하나 외과수술적 공습이든, 선제공격이든, 예방전쟁이든 군사적 행동을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그 이유는 94년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폭격 계획을 중단시켰던 존 섈리캐슈빌리 당시 합참의장의 한반도 전쟁 상황 예측이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쟁은 한미 양국이 승리하지만 사상자는 민간인 100만 명, 한국군 45만 명, 미군 3만 명이며 전비는 600억 달러, 한국 경제 피해액은 1조 달러다.' "수술은 성공하지만 환자는 죽는다"는 것이 당시 결론이었다.

민간인 100만 명은 한국인이다. 위의 피해 규모는 23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한반도 위기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그사이 대화 채널은 가장 빨리 복구하고 전쟁 반대는 가장 확고하게 주장해야 한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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