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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미국의 인종 건강성

지난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맞불 시위로 대응했다. 백인우월주의자 중 한 명이 차를 몰고 맞불 시위대를 향해 돌진했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같은 날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미국 관광객이 술에 취해 나치식 경례를 하다 독일인에게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 날 미국과 독일에서 인종우월주의를 지지하는 행위가 일어났고 비슷한 대응이 있었다. 우선 미국. 인종우월주의자들은 집단을 이루어 대낮에 특정 인종이 우월하다고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현장에서 인종우월주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다음 독일. 독일에서 인종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나치식 경례 행위는 폭력에 의해 응징됐고 경찰에 체포됐다.

독일과 미국은 인종우월주의의 극단까지 가본 나라다. 독일의 인종우월주의 극단은 유대인 학살이었다. 미국의 경우는 흑인 노예제다. 같은 날 사건에서 그 대응도 비슷했다. 미국이나 독일이나 인종우월주의에 시민들이 반발했다.



인종주의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특정 인종이 권력과 부를 압도적으로 가졌을 때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런 생각이 굳어지면 편견을 거쳐 제도로 정착된다.

독일과 미국의 인종주의는 이런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왜 인종우월주의 대응을 놓고 독일과 달리 미국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을까.

독일에서 나치 경례를 한 것은 관광객이었다. 관광객마저도 인종우월주의를 표시한 개인은 모두 처벌받는다.

미국에서는 인종우월주의 시위자들이 모두 체포된 것이 아니다. 다만 차를 몰고 돌진한 범죄는 처벌의 대상이었다.

철저한 독일의 법과 느슨한 미국의 법. 그 차이는 왜 생겼을까. 이유는 타율이냐 자율이냐의 차이다. 독일은 2차대전에서 패했다. 그 이후의 생존은 나치의 청산에 달렸다. 인종주의도 청산 대상 중 하나였다. 과거와의 결별은 패전국 독일에 국가의 존립 즉, 생존의 문제였다. 그만큼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은 자율 청산이었다. 내전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독일처럼 국가의 명운을 걸고 외국의 눈치를 봐야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화합과 포용이 중요했다. 남군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이 당당하게 세워진 이유도, 남군 병사 동상이 버젓이 올라간 이유도 국가의 통합에 필요한 화합과 포용 때문이었다.

샬러츠빌 폭력 시위 이후 남부 병사 동상은 밧줄에 끌려 땅바닥에 뒹굴었다. 옛 소련의 스탈린 동상이, 이라크의 후세인 동상이 끌려 내려온 장면이 연상됐다. 이 장면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인종 문제가 화합과 포용의 선을 넘으면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디언 학살과 흑인 노예제는 미국의 원죄 같은 것이다. 인디언 학살이 국토의 형성과 관련된 원죄라면 흑인 노예제는 경제력을 다지는 과정의 원죄다. 그리고 둘 다 인종우월주의가 깔려있다. 흑인 노예제는 1776년 독립선언부터 노예제를 폐지한 수정헌법 13조가 비준된 1865년까지 90년 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학교·식당·대중교통 등 공공기관에서 흑백을 분리한 짐 크로법이 남부에서 폐지되는 1960년대까지 인종우월주의 제도는 계속됐다. 미국에서 인종우월주의 제도는 200년 가까이 계속됐다.

샬러츠빌에서 대놓고 일어난 인종우월주의 시위는 경계할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샬러츠빌 시위에 대응한 미국 사회의 태도는 단호했다.

인종 갈등은 강하게 누르지 않으면 튀어 오를지 모를 용수철이다. 그 힘은 내재해 있고 튕겨 오르면 남북전쟁처럼 내전까지 갈 수 있다. 샬러츠빌은 그 위험성과 함께 미국 사회가 인종주의를 잠재울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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