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태양의 미소'에 인간은 숨죽였다

LA선 10시21분 62% 절정
그리피스파크 4000명 운집
오리건부터 14개주 관통해
역사적 우주쇼에 미대륙 열광

'세기의 장관' 개기일식 쇼

21일 오전 9시20분 LA 그리피스 천문대.

"보여, 보여(I can see it)" "시작한다(It's starting)."

곧 여기저기서 탄성과 환호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아름답다', '희대의 장관'이라는 감탄사도 쏟아졌다.



이날 그리피스 천문대에는 99년 만에 북미 대륙을 관통한 개기일식을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새벽 4시부터 차량과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천문대에 따르면 40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주류 언론은 수천명의 인파를 '사람의 바다'라고 표현했다.

보니 위닝스 천문대 대변인은 "개기일식이 시작되자 '정말 일어나나봐'라는 말이 마치 메아리처럼 울렸다"고 전했다.

국립기상대에 따르면 LA의 '우주쇼'는 2시간 39분간 계속됐다. 오전 9시5분 '1차 접촉'이 시작돼 10시21분 달이 태양의 62%를 가리는 절정을 이룬 뒤 11시44분 끝났다. 다소 구름 낀 날씨였지만 달이 태양을 삼키는 장면은 생생하게 관측됐다.

천문대 뿐만 아니라 LA시청, 공원, UCLA, USC,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등에도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몰렸다. 관측 장소를 찾지 못한 시민들은 옥상에서, 잔디광장에서, 사무실 유리창 너머로 색안경을 끼고 세기의 장관을 지켜봤다. 특히 절정 시각을 전후해서는 거리 곳곳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도 목격됐다.

천문대에 나온 게일 카터씨는 "태양이 사라지는 장면이 초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60대 중반의 브레니스 브랜치씨는 "내 나이에 개기일식을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느냐"면서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들을 재촉해 함께 올라왔다"고 말했다.

LA의 탄성은 시차를 두고 미 대륙 전역에서 연달아 울렸다. '달 그림자'는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14개 주를 관통했다.

일식이 가장 먼저 도달한 오리건주 해안인 뉴포트에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순간을 포착한 관측자들은 "검은 원을 만들고 이어 그 주변으로 다이아몬드 링처럼 빛이 새어 나왔다"고 전했다.

주변이 온통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뉴포트 해변에는 섬뜩한 침묵이 잠시 이어진 다음 관측자들의 함성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상주인구 6200명의 시골 마을 마드리스에는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천체의 신비가 만들어낸 우주 쇼를 지켜봤다.

NASA의 알렉스 영은 "인간의 달 착륙과 비견될 만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사우스일리노이 주의 쇼니 국유림이 가장 오랜 시간인 2분 44초 동안 개기일식이 관측됐다.

켄터키에서는 태양의 외곽대기인 코로나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뜨거운 가스를 내뿜는 코로나는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개기일식을 통해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언론은 전했다.

켄터키주 일부 동물원에서는 개기일식이 임박한 순간 조류와 곤충류가 쉴 새 없이 지저귀고 울음소리를 내는 등 이상행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AP통신은 "1918년 이후 99년 만에 대륙의 해안에서 해안으로 이어진 개기일식이 70마일의 넓이로 미 대륙을 관통했다"며 "이번 개기일식은 역사상 가장 많이 관측된, 그리고 가장 많이 촬영된 천체 현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은 개기일식이 관통한 14개 주를 중심으로 1200만 명이 진귀한 현상을 직접 관측한 것으로 파악했다.

중서부 일부 주는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고, 직장 근무시간대를 바꾼 곳도 있었다. 식당들도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시간대에 한해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항공우주, 천문 등 과학계도 이번 개기일식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 작업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 전역을 관통하는 개기일식이 관측된 것은 1918년 6월 8일 워싱턴주에서 플로리다 주까지 나타난 개기일식 이후 무려 99년 만의 일이다. 가장 최근에는 1979년에 부분적으로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된 적이 있다.

한편 일식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들어서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천체 현상을 말한다. 천문학적으로는 '가린다'기 보다 달의 그림자가 지구에 비추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월식은 태양과 달 사이에 지구가 자리 잡는 현상이다. 지구가 태양을 가로막기 때문에 태양빛이 반사되지 못한 달은 관측할 수 없게 된다.

2024년에 미국 일부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예정되어 있다. 부분일식은 2023년 10월14일 가주에서 관측될 예정이다.


정구현·황상호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