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풍향계] 요즘 한국, 너무 많은 다섯 가지

주저하는 아이를 설득해 일주일 벼락치기로 한국을 다녀왔다. 미국서 자라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부모 나라를 더 경험하게 하고 싶어서였다.

인천공항서 차를 빌려 충청도, 전라도, 경남, 부산, 경주 등지를 돌았다. 마지막 이틀은 서울 구경도 했다. 가는 곳마다 향토 음식도 먹어 보고 국제시장, 해운대, 한강 등 영화로 알려진 곳도 찾아 다녔다. 한국 갈 때면 으레 친구 만나고 친척 찾아보고 하던 것과 달리 이런 여행도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1.5세 젊은 이민자 눈에 비친 한국은 어땠을까. 주마간산이었을망정 전국을 돌며 우리 부자가 함께 도출한 결론은 이렇다. 5다(多) 5무(無)의 나라 한국. 먼저 '너무 많은'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광고가 너무 많다. 고속도로, 기차역, 지하철, 버스 등 눈길 닿는 곳은 거의 광고 도배였다. 어지러운 간판이야 원래 그렇다 치고 요즘은 거리 바닥, 지하철역 출입 계단 등 공공의 영역까지도 온통 광고였다. 어디 한 곳 편안히 시선 둘 곳이 없었다는 말이다.



축제 이벤트나 지자체 홍보 포스터가 천지사방에 내걸려 있는 것도 낯설었다. 요즘은 군 단위 지자체들까지 경쟁적으로 이벤트를 벌이다 보니 비슷비슷한 축제가 한국엔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미주 한인사회도 사정이 비슷하다 싶어 그런지 그 많은 축제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손님을 모을지 괜히 걱정이 됐다.

둘째, 외국인이 많다. 길거리 지하철 어디서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2016년 현재 한국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은 200만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 해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도 1725만 명이나 됐다.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도 아니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한국만큼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곳도 없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이 늘어나는 만큼 그들과 더불어 살겠다는 관용과 포용 정신도 함께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똑같은 외모가 너무 많다. 젊은 여성들 화장도 머리 모양도 옷 입는 스타일도 다 똑같다. 주말 등산복 차려 입고 나선 중년 남녀의 모습들도 천편일률적이다. 조금이라도 남과 다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일까. 행복이란 타인과의 비교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개성 찾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남을 의식해야 하는 분위기라면 요즘 한국 사회의 '헬조선 불만'은 복지나 청년실업 같은 경제문제만 해결한다고 쉽게 없어질 것 같지가 같았다.

넷째, 구호가 너무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거리엔 온갖 주장과 구호가 난무했다. 그 중 이색적인 것 하나는 고속도로 곳곳에 나붙어 있는 졸음 방지 현수막이었다. '깜빡 졸음 번쩍 저승' '졸음운전의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같은 살벌한 문구들이 그것이다. 이런 경고문을 내 건 뒤 졸음운전 사망사고가 10% 이상 줄었다고 하니 효과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그 아름다운 길들을 마치 황천길인 양 만들어 놓은 것은 좀 심했다 싶었다. 이런 것도 모 아니면 도 극단이라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 기질인까 싶어 씁쓸했다.

다섯째, 말이 너무 많다. 가게든 백화점이든 어디를 가나, 고객님, 고객님이다. 미국서 간 방문자로서 영혼 없는 과잉 친절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너무 친절했다.

과속 단속 카메라 위치 알림은 기본이고 과속 방지턱에 시간, 지역 정보까지 시시콜콜 다 알려주느라 잠시도 쉬지 않았다. 이 역시 고맙긴 했지만 피곤했다.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쓰다 보니 의도와 달리 한국 비난 글처럼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비난도 비판도 애정이 있어야 한다. 비난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이렇게나마 한국 방문 소감을 적어보는 것도 그리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태평양 건너 사는 보통 이민자의 속 좁은 지적일망정 한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는데 일말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이종호 OC본부장 lee.jongho@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