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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휴스턴 폭우와 기후변화

휴스턴에 폭우가 쏟아졌다. 이틀 동안 강우량은 9조 갤런으로 누적 강우량은 최대 1.3m로 추산됐다. 이틀간 내린 비의 총량이 지상 1.3m를 덮을 양이라는 것이다. 이 지역의 1년 강우량 누적치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 결과 휴스턴의 도시 기능은 마비됐다. 뉴욕타임스는 물에 잠긴 휴스턴을 '섬이 점점이 박힌 내륙의 바다'라고 묘사했다. 28일 오후 2시 기준 사망자는 8명, 이재민 45만 명, 폭우의 영향권에 있는 이들은 660만 명으로 집계됐다.

역대급 폭우답게 피해 집계 외에도 벌써부터 원인을 둘러싼 논쟁과 후유증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시가 커지다 보니 폭우 때 물이 땅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해 폭우가 대규모 홍수로 악화됐다는 도시 설계 부실론이 튀어나오고 있다. "불 끝은 있어도 물 끝은 없다"라는 속담처럼 폭우가 끝난 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의 창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휴스턴의 상황은 폭우가 끝난 것이 아니어서 더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대피와 복구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겠지만 그 끝은 아마도 기후변화 논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휴스턴 폭우는 이미 500년래 폭우 혹은 1000년래 폭우로 불리고 있다. 500년이나 10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폭우라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비가 내린 것 자체를 기후변화와 연결하지는 않는다. 자연현상은 언제, 어디서든 전례 없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허리케인 피해로 보면 휴스턴을 바다로 만든 하비는 2005년 카트리나나 2012년 샌디 수준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와 연관성에서 더 중요한 것은 강우량이나 피해 규모 같은 단발성 수치보다 패턴의 변화와 흐름이다. 우선 패턴의 변화에서 하비는 내륙으로 가면서 위력이 약해지는 허리케인의 특성에서 벗어났다. 내륙으로 진입하는 순간까지 12시간 동안 세력이 지속적으로 강해졌다.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 중에 늘어난 수분을 잔뜩 담고 있던 하비가 내륙으로 상륙한 뒤 이를 쏟아낸 것이다. 결국 허리케인 발생은 자연적이지만 규모와 파괴력, 지속력이 커진 것은 기후변화 탓이 된다.

또 하나는 빈도다. 국립기상국(NWS) 기준에 따르면 2015년 8월부터 1년간 500년래 홍수가 8번 발생했다.2010~2014년에는 1000년래 홍수가 6번 발생했다. 휴스턴의 경우도 2015년부터 매년 500년래 홍수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높아진다.

어떤 특별한 자연현상을 기후변화로 보느냐 아니냐의 기준은 간단한다. 사람 탓이면 기후변화다. 사람 탓이 아니면 그저 자연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최근의 특별한 자연현상이 사람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전 세계 정부도 대기 오염이라는 '사람 탓'을 막아야 된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정책 수립과 실행 단계로 들어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 탓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8월 초엔 환경 관련 부서에서 기후변화를 기상이상으로 바꿔쓰도록 했다. 지난 20일엔 4년마다 국가 기후평가서를 발간하고 기후변화 대응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연방 자문단을 해체했다.

이 연방 자문단이 내년에 발표 예정이었던 기후평가서 초안엔 이런 말이 들어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지금 기후변화의 영향을 느낀다."

케냐 정부는 28일부터 산업용 이외의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위반자는 최대 징역 4년, 벌금 3만8000달러에 처한다. 지구가 플라스틱 행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경고에 대한 답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지구도 사람처럼 유기체라고 봤다. 과학은 나중에 이런 인식을 증명했다. 지금 지구는 지나가는 몸살을 앓고 있을 뿐일까. 아니면 사람 때문에 병을 몸에 달고 있는 것일까. 그럼 인류는 지구라는 유기체를 아프게 하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일까.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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