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완치 환자가 치는 종소리

모니카 류/방사선 암전문의

'댕~ 댕~ 댕~'

종소리가 들린다. 성당이나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무게가 있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들어줄 만하다. 소리가 맑다. 오늘 아침 방사선 항암치료를 마친 환자가 있는 모양이다. 너무 과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내가 일해 온 치료센터에서는 치료가 끝나는 환자에게 종을 칠 자격과 권리를 부여한다.

환자들이 치료를 마친 뒤 완료의 축하를 받을 수 있게 해 주자는 의도로 종을 칠 수 있게 하기 전까지는 '치료 완료 상장'을 주곤 했었다. 이 상장은 그냥 혼자서 받고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종을 달고 나니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의료진과 주위에 있는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온 다른 환자들,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들리게 되어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또 하나의 세리모니가 되었다.

종양 방사선과에는 하루에 250여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오다 보니 하루에 종소리가 여러 번 들린다. 치료받는 부위, 나이, 인종도 다양하다. 큰 센터라 희귀한 종양도 많다. 어린이 환자는 흔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꼬마들도 종을 치는 날이 있다.



꼬마들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아이들의 치료는 여러모로 어렵다. 아주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치료진이 우글거리는 낯선 환경, 몬스터처럼 보이는 커다란 기계가 당연히 무섭고 싫다. 치료실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한다. 또 치료 시 부동자세를 해야 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마취가 필요하다.

과학의 발달로 테크놀로지가 엄청나게 인류 역사를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종목이 의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과학이 모든 질병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이 삶의 진리를 틈틈이 생각해 본다. 우리 거의 모두는 한두 가지의 병을 달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물론 대부분 관리가 가능하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암은 관리 스테이지에 도달하기 이전, 초입에 근본적이고 공격적인 치료를 시도해서 완치라는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이미 전이가 된 경우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삶을 마감해야 할 것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양자의 경우 모두 방사선이 필요할 때가 많다.

다시 종 이야기로 돌아간다. 종이라면 자전거 종, 학교 종, 벽시계 괘종,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 종교 예절을 알릴 때 치는 종, 라흐마니노프가 에드거 앨런 포의 시와 그레고리안 종교음악을 바탕으로 작곡한 합창교향곡 '종' 정도밖에 몰랐던 나는 환자들 덕분에 종으로 하는 다양한 음악, 종을 연구하는 종학, 종을 만드는 종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종이 주는 소리는 종의 크기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종을 만들 때 들어간 테크놀로지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다.

비록 작은 종이지만 환자들이 치는 종소리가 의료진, 가족, 동료환자들 주위를 돌고 넘어 전능하신 분에게도 전달되어 방금 끝낸 치료가 효과 있고, 이때 도구로 쓰였던 의료진들의 지혜와 배려 또한 영글고 겸허하게 해 주시라 기도해 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