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Clear
66.6°

2018.12.16(SUN)

[박영철 국제칼럼]‘한국에 유리한 한미FTA 개정협상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8/31 06:22

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 간의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의 첫 회담이 양측의 이견으로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추후 협의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이번 개정 협상이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중에는 논의조차 되지 않은 의제라는 점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협상의 목적이 기존 한미FTA 협정의 개정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한국에 통보한 것은 외교적 ‘무례’와 ‘협박’에 준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곧 구성될 한국 협상팀에게 “협상에 당당히 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전 정권처럼 ‘미국 비위 맞추기’, ‘끌려가기’ 및 ‘굴욕적인’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간곡한 지시이다.

왜 첫 회담이 결렬되고 향후 협상의 전망은 어떤지를 분석·검토해 보자.
회담 시작 전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회담 장소가 서울로 정해지면서 돌연 미국 측 대표로서의 방한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회담 당일에는 미국 측이 한미FTA 개정 협상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한국이 이를 ‘수용 불가’라고 못 박고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의 필요성’을 역으로 제안하면서 회담이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 왜냐하면, 미국대표단이 한국의 역제안에 대한 답을 귀국 후에 통보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찌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아직 공식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즉 미국 측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리는 한미FTA 개정 협정에 큰 관심도 없고, 최악의 경우 기존 한미 FTA 폐기도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아래 두 가지 이유가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첫째,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멕시코 간의 NAFTA 협상에서 크게 고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첫 번째 이유는 미국 협상팀 중에 NAFTA 전문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몇 주 전 서울 방문을 돌연 취소한 미국 협상팀 대표 라이트하이저도 현재 이 협상에 몰입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NAFTA 개정 협상의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 협상을 올해 안에 끝내려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2018년 7월 1일로 예정된 멕시코 대선 기간에 NAFTA 개정 협상이 ‘폭발적인’ 정치 현안으로 변질하여 미국 측에 불리하게 전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기능이 폭발 개연성이 높은 국내 문제로 거의 ‘혼란’ 상태에 빠지고 있다. 최저치 39%로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특임 검사 뮬러가 속도를 내는 러시아 수사(Russia Probe), 백악관 웨스트 윙의 내부 권력 싸움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 스티브 배넌의 전격적인 해임,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 간의 감정적인 충돌과 갈등, 9월 말로 다가오는 정부 부채 한도 연장과 정부 폐쇄 우려, 트럼프의 최우선 과제인 오마바케어의 폐기 실패, 슈퍼리치만을 위한 조세 개혁 법안의 정체, 샬러츠빌 인종주의 세력들의 난동과 폭력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양비론적 발언,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금지 결정, 백인우월주의자인 애리조나 전 경찰청장 조 아파이오의 사면 등…. 수많은 사건이 트럼프의 행정 능력을 크게 마비시키고 있다.

다시 말하면, 백악관의 대외 정책이 노련한 행정부 관료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미국 우선주의적인 독선과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판단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물론자신의 골수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이고 정책이지만,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는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과 심지어 군부에서도 비난을 받으며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전망은 어떤가? 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한국이 이번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본다. 최악의 상황인 기존 한미FTA의 폐지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온다 해도 크게 손해날 게 없는 상황이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손자는 “적을 알라”고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자신도 잘 모르고 한국을 전혀 이해 못 하고 있다. 반대로 이제 한국은 ‘우리 자신을 다시 알게 됐고’ 동시에 ‘미국의 허점’도 제대로 파악하게 된 셈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이번 한미FTA 개정 협상에 ‘당당히 임하여’ 좋은 결과를 맺을 기회를 가진 셈이다. 당장 협상하자고 조를 필요가 없고, 협상이 재개되면 ‘한국 우선주의’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관련기사 박영철 국제칼럼- 미국 대선 경제 사회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