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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왜 나는 칭찬 안 해줘요?"

이창민/LA한인연합감리교회 목사

토요일 아침, 한 한인 이민자가 일하는 도넛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운동하러 가는 아이들 아침 사주려고 머리도 못 빗고 나온 엄마도, 고단한 삶의 현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도, 파자마 차림에 베개를 안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도 막 튀겨져 설탕으로 버무린 도넛이 입에서 살살 녹을 생각을 하며 긴 줄을 기다리고 서 있다.

가게 주인은 주말이면 이 정도 줄은 늘 선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손놀림만큼은 날쌔게 계산대를 두드리며 사람들 하나하나에 인사를 한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좋은 일이 있으신가 보죠?" "옷 색깔이 좋아 보여요. 어디서 사신 거예요?" 하다못해 머리도 못 빗고 나온 손님에게도 인사했다. "머리핀이 잘 어울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칭찬 한마디 더 하느라 줄은 더디게 줄고 있었지만, 한 주간의 피곤함에 짓눌린 사람들의 구겨진 얼굴이 계산대만 지나면 환하게 펴지고 있었다.

한 백인 손님이 한참을 기다린 후에 계산대 앞에 다다랐다. 지금까지 마주하는 손님마다 기분 좋게 칭찬을 하던 가게 주인도 이 손님을 보는 순간 칭찬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얼굴은 말 붙이기도 힘들 만큼 잔뜩 찌푸려있고, 옷도 반바지에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입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손님마다 말을 걸었는데 안 하기도 멋쩍고 해서 던진 말이 "당신 오늘 참 피곤해 보이네요" 였단다. 물론, 그 말을 건넨 가게 주인의 마음에는 '무슨 힘든 일이 있어나 보죠? 그래도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는 칭찬을 들으며 '나에게는 어떤 칭찬을 해 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서 있던 이 손님에게 그 마음마저 전달되지는 못했나 보다. 이 손님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지르더란다. "왜 나는 칭찬 안 해줘요?"



당황한 가게 주인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단다. "미안해요." 칭찬 한마디 듣고 웃는 얼굴로 앞에 서 있던 손님도 덩달아 말했단다. "나도 미안해요." 따지고 보면 미안할 일도 아닌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는 가게 주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는 칭찬에 목마른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온통 어두운 이야기로 뒤덮일 때, 삶에 지친 이들의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질 때, 한마디 칭찬이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고, 사람들의 마음과 얼굴을 펴는 도구가 될 것이다.

조금 민망하더라도 그냥 소리 내 좋은 이야기 한번 해 주자. 혹시 아는가. 그 칭찬 한마디가 힘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멋지게 일으킬지. 이민 사회에서도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 한 번 더 해 주자. 그 한마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들어갈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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