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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요즘 한국, 너무 없는 다섯 가지

대학생 아이와 함께 한국 다녀온 이야기, 두 번째다. 8월의 한국은 덥고 습하고 비도 많이 왔다. 그렇다고 걷고 보고 먹는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이번 역시 역동적인 변화의 모습들이 대단하고 신기했다. 하지만 미국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낯설고 의아한 장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중 몇 개만 꼽아본다. '너무 많은 다섯 가지'에 이은 '아쉬웠던 다섯 가지'다.

첫째, 양보가 없다. 첫날 인천공항서 빌린 차를 타고 서울 서초까지 가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길도 밀렸거니와 익숙지 않은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를 번번이 놓쳐서였다. 손을 내밀어가며 진로를 바꾸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거의 닿을 듯 붙어 가는 차들은 바늘 하나 끼어들만한 틈조차 열어 주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여러 번 겪었다.

결국 양보도 마음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일 터인데 그만큼 한국살이가 각박해서 그렇겠거니 이해는 했다. 그래도 마뜩찮고 야속한 기분은 계속 남았다.

둘째, 염치가 없다.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몰염치한 얌체들을 많이 목격했다. 붉은 신호등 무시하고 그냥 내달리는 차, 여전히 많았다. 경찰에 붙잡히고도 되레 큰 소리 치는 이도 있었다. 뉴스를 봐도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사람들 투성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실수, 너는 고의'라는 핑계로만 일관하는 것을 보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이제 한국의 고질병이 되어가는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셋째, 긴장감이 없다. 솔직히 이번 한국행이 조금 불안은 했었다. 핵미사일 문제로 북한과 미국과의 긴장 수위가 상당히 높을 때였다. 저러다 정말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하며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지인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그런 긴장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는 평온했고 사람들은 무감각했다. 하긴 수십 년을 그래왔으니 또 저러다 말겠지 하는 타성도 붙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늑대에게 당한 양치기 소년 우화가 자꾸 떠올라 찜찜했다.

넷째, 집밥이 없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한 번도 누군가의 집에 가서 밥을 먹어보진 못했다. 물론 만난 사람들은 다들 격하게 반가워 해주었지만 밥만은 예외없이 식당에서 해결하자 했다. 알고 보니 요즘 한국은 아무리 가까워도 집은 잘 오픈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같은 집들이 문화도 사라졌고 헐, 교회 심방조차 식당에서 받는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래도 아직은 집에서 한끼라도 먹여야 손님대접 제대로 했다 여기는 미국에 비해 사뭇 달라진 풍경이 많이 생소했다.

다섯째, 하늘이 없다. 주범은 산도 가리고 길도 가린 난개발 빌딩과 무지막지한 아파트들이었다.

서울을 벗어나도 마찬가지여서 전국 어디나 징그러운 고층 아파트 천지였다. 절정은 고향 부산, 해운대 바닷가였다. 그렇게 넓던 백사장, 푸르던 동백섬은 거대한 건물들에 포위되어 민망할 정도로 초라했다. 그럼에도 거기 아파트 값이 전국 최고라며 자랑스러워들 한다니 참담했다. 누군 거저 줘도 못살 것 같은데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참 다르구나 생각했다.

여행 내내 미국 사는 우리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핏속에 흐르는 DNA가 다르지 않을진대 우리라고 별반 나을 것이 있으랴 싶어서였다. 그럼에도 미주 한인들이 조금은 덜 각박하고, 조금은 더 배려할 줄 알고, 조금은 더 법질서를 잘 지킨다 싶은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라는 넓은 땅, 풍족한 환경, 존중받는 공권력 아래 살고 있는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감사할 일이다. 그러면서 자꾸 한국과 비교하며 알량한 우월감에 젖지는 말아야지 하는 다짐도 했다. 조금만 방심해도 언제든 바닥이 드러나는 게 또한 우리들이니까 말이다.


이종호 OC본부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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