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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주인공의 눈물과 희망의 길

[LA중앙일보] 발행 2017/09/06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17/09/05 19:19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텍사스 에머릴로의 명물인 캐딜락 랜치. 1974년에 만들어졌다.

텍사스 에머릴로의 명물인 캐딜락 랜치. 1974년에 만들어졌다.

히스토릭 루트 66 (Historic Route 66)

미국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흘러간 세월을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의 길 66번 국도를 여행했다.

66번 국도는 1985년 공식적으로 폐쇄돼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2003년 일부가 복원되어 있다.

이 길이 처음 개통됐던 오클라호마시에서 출발해 텍사스 애머릴로를 지나 뉴멕시코, 애리조나로 향했다. 넓고 곧게 뻗은 40번 프리웨이를 타고 서부를 향하다 보면 중간 중간 나타나는 소도시에 복원된 66번 국도와 옛 마을들을 만난다.

195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 낡은 모텔 등이 여전히 건재한 곳도 있다. 어떤 마을은 인적이 드물고 건물은 폐허가 되어 유령도시 같았다. 아마 새로운 프리웨이가 생기면서 생활권이 바뀌었기 때문일 거다.

오클라호마 유콘에 레이크 오버홀서 다리. 1930년에 만들어졌다.

오클라호마 유콘에 레이크 오버홀서 다리. 1930년에 만들어졌다.

뉴멕시코 투쿰카리에 있는 선물가게. 66번 국도 관련제품을 판다.

뉴멕시코 투쿰카리에 있는 선물가게. 66번 국도 관련제품을 판다.

남북전쟁 후 자원의 개발과 교통 발달에 힘입어 미국의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공업도시들이 형성됐다. 특히 오클라호마 주 털사를 중심으로 원유가 발견된 후 인구가 늘고 원유 산업이 번창했다. 오클라호마의 사업가 사이러스 에브리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와 텍사스주 애머릴로를 잇는 66번 국도 건설을 제안했다. 제안에 따라 1926년 11월 26일 66번 국도가 개통되었다.

이 길은 나중에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까지 연장됐다. 무려 총연장 2400여 마일의 최초 대륙횡단 도로였다. 66번 국도는 50년대 중반 프리웨이가 건설되기 전 철도와 함께 미국의 동맥 역할을 하며 산업발전과 생활향상을 이끌었다.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된 미국은 전쟁 후에도 공업이 발전했지만 농업은 생산량의 감소로 불황에 허덕였다. 이 시기에 유럽에 대공황이 엄습했고 1929년경에는 미국에도 대공황이 찾아왔다.

오클라호마 등 중부 지역의 대평원이 백인 이주민들에게 불하됐다. 정착한 백인 이주민들은 1930년대 대공황과 가뭄, 모래폭풍 전까지 목축과 농작물을 재배했다. 대공황으로 경제가 피폐해진 오클라호마, 텍사스, 캔자스, 콜로라도 등지에 1933년부터 4년간 가뭄과 거대한 모래폭풍이 찾아왔다.

모래폭풍은 농경지를 사막으로 만들었다. 특히 모래폭풍이 1934년부터 1936년까지 심했는데 1936년 11월에 상공으로 올라간 흙과 모래가 미국 동부 지역으로 이동해 대서양과 인접한 지역에는 붉은 눈이 내리기도 했다.

농부들은 몇 년간 이어진 모래폭풍과 가뭄으로 땅과 가축 등을 대출받은 은행에 빼앗기고 지독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가재도구만 챙겨 서부로 떠났다. 대략 250만 명이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오클라호마주는 인구가 6,9%나 줄었다.

골드 러시 때 캘리포니아에 유입된 인구보다 1930년대 모래폭풍으로 더 많은 인구가 서부로 이주했다. 이 때 주민들이 이용한 도로가 66번 국도다. 서부로 이주한 이들은 일자리 부족 등으로 생계를 어렵게 이어갔다. 1930년대 미국의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의 가난한 삶과 분노, 캘리포니아의 철새 노동자 착취를 다룬 소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서 66번 국도가 배경이 된 이유다.

66번 국도는 소설 '분노의 포도' 주인공 조드 일가가 확실한 미래는 없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서부를 향해 가던 길이었다. 희망과 자유와 모험의 상징이며 아메리칸 드림을 안겨주던 길. 아름다운 산, 강, 계곡과 평원이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길.

66번 국도 일부 구간이 '히스토릭 루트 66'이라는 이름으로 복원되어 문화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애리조나 홀브룩에 있는 티피 모텔.

애리조나 홀브룩에 있는 티피 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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