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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인터뷰 ... 딤섬 전문식당 오픈한 이성재 사장

"바닥부터 배웠더니 손님이 저절로 몰렸죠"
35년 간 20 여 식당 오픈한 전문가

최근 미라메사에 문을 연 딤섬 전문점 ‘풍풍원’(豊豊圓)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루 종일 서브하는 딤섬‘이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한마디로 대박이 난 이곳의 사장은 지난 35년 동안 식당만 20여 개를 운영해 온 요식업계의 베테랑 이성재 사장이다.

지난해 그가 운영하는 ‘스시야’ 일식당의 지점들이 입점해 있는 주요 쇼핑몰과 거래하는 리얼터로부터 ‘홈타운 부페’가 철수한 자리를 제의 받았던 이 사장은 마침 중국인 투자자 및 요리사들과 함께 딤섬 레스토랑 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지리적 조건도 좋지만 아시안 밀집지역인 쇼핑몰이라 유동인구의 특성과 식당 컨셉이 들어맞는다는 판단이었다. 중간에 투자자와 요리사들이 흐지부지 포기해버렸지만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간 결과 또 하나의 역작을 탄생시켰다.

조부, 부친, 형제 대대로 의료인인 집안 내력과는 사뭇 다른성향이었던 이 사장은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지만 엉뚱하고 호기심 풍부한 소년이었다. 1979년 군대를 전역하고 가족이먼저 이민와 있던 LA로 온 그는 한때 파트타임 잡이 12개나됐다. “공부하기 싫어서 일만 했다”고는 하지만 호기심 많은그답게 닥치는 대로 경험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1982년 샌디에이고로 내려온 이사장은 도넛 가게에서 일하면서 늘 내 장사를 꿈꾸다 스왑밋에서 시계장사를 시작했다.



동업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오해도 사고 실수도 하며 장사가 무엇인지 몸으로 배우다 보니 얼마 안가 똑같은 시계를 남보다 훨씬 비싸게 파는 수완과 기지를 발휘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상술에지나지 않는다는 자책에 마음이 찜찜했다. 문득 어린 시절 어른들이 “새색시같이 얌전해서 뭘 해먹고 살려나” 하고 걱정할 때마다 “식당하면 먹고는 살 수 있지”하고 속으로 답했던 것이 떠올랐다. 식당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가끔 자장면을 먹으러 가던 중국집이 미션비치에 있었는데 어느 날 주인으로부터 가게를 사겠다는 작자가 중도금만 내고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사장은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싶어 자기에게 달라고 졸라 덜컥 인수해버렸다. 그러나 식당은 물건을 떼다 파는 장사와는 전혀 달랐다. 게다가 중국음식이라곤 한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던 그는 비법을 알려주지않는 주인장에게 며칠만 곁에서 지켜보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눈대중으로 배운 뒤 장사를 시작했다.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음식이 한가지도 없었으니 하루 매상은 고작해야 30달러. 하지만 이미 가진 돈을 다 털어 넣은 상태라 죽기살기로 매달렸다. 무거운 식칼로 야채를썰고 생 닭을 다듬고 두 손으로 웤을 흔들어 대며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밤낮으로 맛을 보고 실험을 했다. 생사를 건 노력으로 어느덧 닭 한 마리 손질에 3분이면 족했고 국물 끓는 냄새만 맡아도 어느 정도로 짜겠구나 느껴지게 오감이 발달했다. 요즘도 가끔 군기를 잡기 위해 능숙한 칼질로 주방사람들을 놀래 키곤 한다는 그도 예외 없이 바닥부터 모든 것을 익혔다.

열심히 일한만큼 식당은 미션비치 일대에 빠르게 입 소문이났고 나란히 있던 햄버거 가게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었다.주인이 여러번 바뀌다 결국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온햄버거 가게를 보니 여기서 타코를 팔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중국식당이 자리잡자 마자 타코 숍을 내기 위해 남쪽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타코가게로 당장 달려갔다. 2주 동안 무보수로 일할 테니 기초만이라도 가르쳐 달라고부탁해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집에서 실습하며 맛을 연구했다. 애쓴 보람이 있었던지 타코가게는 따로 홍보한 적도 없는데 로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타운의 베스트 타코로 선정되는 등 말로만 듣던 ‘줄 서서 먹는’ 식당으로 승승장구했다.

첫 두 가게를 ‘무모한’ 도전으로 성공시킨 이사장은 이후로도 샌드위치, 시나몬 롤, 아이스크림과 타코, 비치 바, 빵 공장, 햄버거, 일식당 그리고 최근의 딤섬까지 다양하게 시도했고 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오히려 머릿속에 한계가 없으니 아이디어가 넘쳐 가능한 것이 많았고 가능한것이 많으니 오퍼의 수용이나 제안도 폭넓었다. 풍풍원을 함께 도모했던 중국인들이 손을 떼도 전혀 흔들림없이 밀고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내공이 크게 작용했다.

번화가인 힐 크레스트와 다운타운에서 가게를 할 때는 로케이션에 대한 판단 실수로 비즈니스를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 공부를 톡톡히 한 덕분에 장소 하나를 봐도 주거지역과 오피스의 비율, 시간대별 걷는 인구와 자동차 이용 유동성, 주차장 등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가게의 위치를 선정하기 위해서 대략70군데의 입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는 그를 보면 비즈니스에 대한 혜안과 감각은 결코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업이 다 잘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기발하고 추진력 있는 이 사장이 손을 대면 십중팔구 소문난 레스토랑으로 거듭나곤 했다. 좋은 자리가 나면 건물주나 브로커가 우선적으로 오퍼하고 1년 6개월이상 무료 리스를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나 상당한 규모의 건축비용을 지원하는 이유는 이처럼 바닥부터 시작해 쌓아 온 그의 경력과 근성을 쇼핑몰의 가치를 더욱 올려줄 수 있는 특별한 자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마치 저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유사한 특징이 있다. 많은 시간과 땀을 투자해 배우고 익히며, 변화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계획하면 거침없이 밀어 붙이는 추진력. 사람들은 쉽게 이들의 성공을 입에 올리곤 하지만 알고 보면 결코 우연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니다. 풍풍원의 '대박'에도 이같은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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