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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야심 찬 시도, 무뎌지는 화두

'살인자의 기억법(Memoir Of a Murderer)'
감독·각색: 원신연
출연: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
장르: 범죄, 스릴러
상영: 시간 118분
등급: 15세 관람가(한국)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백발의 연쇄 살인범 김병수(설경구). 그가 새로운 연쇄 살인의 기운을 감지한다. 깜빡거리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병수는 그 기운으로부터 딸 은희(김설현)를 보호하려 안간힘을 쓴다.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게 얼마나 야심 찬 시도인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절실히 느낄 것이다.

병수의 일지를 들여다보는 듯한 형식의 원작은, 오락가락하는 병수의 기록 중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착각과 망상인지 끝까지 독자를 헷갈리게 한다. 그 거대한 혼란의 서사를 가져오되 영화는, 병수가 새로운 연쇄 살인범으로 경찰 민태주(김남길)를 지목하고, 그와의 대결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극의 줄기로 삼는다.



한때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을 직접 심판하듯 살인하고 다녔던 냉철한 살인자 병수는, '늙음'이라는 시간의 발톱 앞에서 자꾸만 쪼그라든다. 태주와의 대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와 마지막 일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병수는 자신의 불완전한 기억과 싸워야만 한다.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역시 설경구의 연기다. 다른 사람과 인간적인 감정을 나누기보다, 철저히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온 인간의 독특한 면모, 또한 무너지는 기억 속에 더는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을 날카롭게 표현한다. 최근 설경구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다.

그리고 극 후반 펼쳐지는 병수와 태주의 대결. 이는 마치 병수가, 줄기차게 살인을 하고 다녔던 지난날의 자신을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병수가 그토록 태주를 죽이려 드는 것이 부성애 때문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그로 인해 병수라는 캐릭터의 독특함이 퇴색하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기억을 잃어 가는 연쇄 살인범'이라는 설정이 던지는 의미심장한 화두가 극 후반으로 갈수록 무뎌진다고 할까.

시 창작 교실의 강사(이병준)와, 병수가 여기서 만나는 연주(황석정)를 지극히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활용한 점 역시,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 사이를 오가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썩 어울린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늘(8일)부터 LA와 뉴욕, 애틀랜타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개봉한다.

줄거리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신고하지만 태주가 그 경찰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은희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병수는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진다.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사건, 놈의 짓이 맞을까!

네 기억은 믿지 마라!

그 놈은 살인자다!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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