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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감] 진화와 창조, 모순에서 보완으로

김사무엘 박사 / 데이터 과학자

드르륵 거리며 오래된 문이 조용한 교무실을 크게 울렸다.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한 5월, 중학교 첫 중간고사를 마친 때였다. 세계사를 가르치던 담임 교사의 호출을 받고 교무실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뭇 긴장하며 교무실로 들어섰다.

담임 교사는 중간고사의 세계사 과목 답안지를 내밀었다. 답을 표시하지 않은 문제가 있어 실수인지, 몰라서 그런 것인지, 몰랐다면 아무것이라도 표시하지 왜 빈칸으로 남겨두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를 불렀다고 했다.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빈칸으로 남겨두었다는 나의 대답에 담임 교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문제는 인류의 진화에 대한 문제였고, 인류 진화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이후로도 나는 세계사나 생물 시험에 진화와 관련된 문제가 나오면 답을 알고 있어도 답안지에는 빈칸으로 비워두었다. 점수가 깎이는 것을 무릅쓰고도, 그것이 내 신앙의 양심이라 생각했고 신앙적인 행동이라고 여겼다.

최근 다시 불거진 창조과학 추종자들의 이야기는 이런 유년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던 그 순수한 마음을 비난할 수 없지만, 한 문제만큼의 점수를 포기하는 대신 답을 몰라 찍은 문제들이 정답이 되어 최종 점수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유아적인 기복신앙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극단에서 나를 자유롭게 한 것은 제대로 된 과학 교육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성경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신앙 교육이었다. 성경이 창조의 과정을 변증하고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창조의 목적과 방향을 선포하기 위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오히려 우리의 죄로 어긋나버린 창조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재창조의 과정을 변증 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다는 사실은 고대 문자에 가두어 버린 하나님의 창조를 과학을 통해 더욱 풍성히 누릴 수 있게 하였다.

요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세상과 타협해버린 타락한 과학자라는 정죄하는 시선과 신앙을 과학의 영역으로 가지고 들어오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동시에 받는다. 그러나 창조주 하나님과 우주와 생물의 진화는 모순된다기보다 보완적이며 대립한다기보다 대칭적인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www.fb.com/thee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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