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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원숭이'…저작권료 25% 챙겼다

희대의 동물 사진 2년 끈 소송 종결

2011년 인도네시아서 우연히 찍혀
무단 사용 늘자 "원숭이에 저작권"
국제 동물보호협회서 대리 제소
사진가 "동물보호에 기부" 합의


2년 넘게 끌어온 희대의 '원숭이 셀카' 저작권 소송이 마무리됐다.

1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가 저작권료 25%를 원숭이 보호 운동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제기한 '국제동물보호협회(PETA)'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1년. 슬레이터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1주일 간 머물며 원숭이 무리를 쫓아 촬영할 때다. 그가 삼각대 위에 잠시 얹어둔 카메라에 다가온 검정짧은꼬리원숭이가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원숭이 셀카'가 찍힌 것이다. 당시 슬레이터는 인터뷰에서 "셔터 소리가 원숭이의 주목을 끈 것 같다"며 "나머지 원숭이 무리는 겁먹은 듯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원숭이가 사진 수백 장을 찍었지만, 대부분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수백 장 사진 중 원숭이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원숭이 셀카'는 분쟁 대상이 됐다. 슬레이터가 '원숭이 셀카'를 비롯한 사진을 담아 '야생의 인격체(Wildlife Personalities)'라는 책을 출간했는데도 위키피디아 등이 그의 허락 없이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진 저작권은 원숭이에게 있다"며 슬레이터의 삭제 요구를 거부했다.

PETA가 소송전에 뛰어들면서 논쟁은 확산됐다. PETA는 사진에 찍힌 원숭이가 6살 수컷인 '나루토'라며 그를 대리해 저작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물에게 소송당한 인간은 내가 처음일 것"이라는 슬레이터의 말대로 이번엔 '슬레이터 대 나루토' 소송이 시작됐다.

지난해 초 미 법원은 "동물에겐 저작권이 없다"고 슬레이터의 손을 들어줬지만, PETA는 항소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항소심 심리에선 셀카의 주인공이 '나루토'가 맞는지, PETA가 나루토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지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슬레이터는 "셀카를 찍은 원숭이는 '엘라'라는 이름의 암컷"이라며 PETA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던 슬레이터는 PETA와 소송 중단에 합의했다. 대신 슬레이터는 '원숭이 셀카'로 향후 발생할 수익의 25%를 관련 보호단체에 기부해 인도네시아의 검정짧은꼬리원숭이를 위해 쓸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나루토가 25%의 권리를 인정받은 데 대해 "원숭이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양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을 통해 인간이 아닌 동물의 법적 권리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며 "지구의 동료 거주자로서 동물의 적절하고 근본적인 법적 권리를 인정해줘야만 한다"고 밝혔다.

검정짧은꼬리원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이다. 이는 '야생 상태 절멸'의 직전 단계다.


홍주희·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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