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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장애가 '벽장 속의 해골' 인가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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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7/09/14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7/09/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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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벽장 속의 해골(skeleton in the closet)'이란 관용적인 표현이 있다. 남에게 내보이기 싫은 비밀을 뜻한다. 수치스러워서다. 살다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해골' 하나 쯤은 갖게 된다고 해서 생긴 말이 아닌가 싶다.

지인 가운데 딸 때문에 미국에 온 분이 있다. 남편이 아주 견실한 중견기업을 운영하고 있어 돈에 관한 한 넉넉한 편이다. 그런데 어느날 미국에 와 '기러기 엄마'가 됐다. 자식이 뭐길래.

그런데 여늬 '기러기'와는 달랐다. 딸은 일급 지적장애자. 한국서는 공부할 학교도 시설도 없었다. 10여 년 전이니 그럴 만도 했겠다. 밑으로 자녀가 또 둘이다. 혼삿길이 막힐까 걱정이 됐던 게다. 지진아가 있는 가정과 선뜻 사돈을 맺을 가정이 한국에 있을까. 모녀는 서둘러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곳에 온지 얼마 안돼 엄마는 큰딸을 '벽장' 속에서 꺼내 '커밍아웃'을 했다. 장애인 교육환경이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것. 딸을 창피하다고 숨길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딸은 요즘 일을 해 돈을 번다. 장애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 미국엔 적지 않다. 중앙일보 업소록도 지적 장애자들이 비닐포장을 해 각 가정에 보급되는 것이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바로 이 나라다.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LA인근 오렌지카운티의 '터스틴 레거시' 프로젝트를 보면 실감이 난다. 원래는 해병대 기지였는데 샌디에이고로 이전하는 바람에 수천 에이커의 금싸라기 땅이 생겨났다. 요즘 분양되는 주택은 백만달러가 훨씬 넘는다. 이런 집이 수백 채나 된다.

고급단지에 한국으로 치면 '혐오시설'도 함께 둥지를 텄다. 특수교육 목적의 고등학교가 오픈 한 것. 소위 불량학생들을 수용해 가르치는 곳이다. 그 뿐인가. 저소득층 아파트와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주거시설도 자리 잡았다.

백만장자와 영세민, 그리고 특수학교가 어우러져 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동네. 집값 떨어진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일언반구 없다. 더구나 이런 시설은 홈오너들의 돈으로 지어야 한다. '멜로 루스' 택스, 곧 개발분담금이 바로 그것이다. 재산세에 거의 1%가 추가돼 부담이 만만치 않을 터다.

그런데 내 돈으로 '기피시설'을 짓는다? 그래도 규정은 규정이어서 군소리 없이 낸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 아예 연방법으로 못박아 놨다. 사회통합을 이룬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전국 어디서든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면 빌더는 공공시설과 저소득층 주거 공간도 함께 지어야 한다.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 과연 얼마나 될까. 캘리포니아만 해도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자폐, 지적장애,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등. 정상 어린이 교육에는 1인당 연간 1만 달러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특수학교의 경우는 두 배로 껑충 뛴다. 장애 판정을 받으면 22살까지 무료다. 그래도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민간에 차터스쿨 설립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를 세우는 문제로 열린 주민 토론회 광경은 한마디로 충격 그 이상이다. "때리면 맞을 게요. 제발 학교만 짓게 해주세요" 무릎 꿇은 장애학생 엄마들의 호소에 한국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분노마저 느낀다. 북핵사태보다 더 한 쇼크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집값, 땅값 하락이라고 한다.

장애인 학교 하나 품지 못하는 나라, 이러고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문턱에 있다며 선진국 행세를 하다니. 장애는 더 이상 '해골'이 아니라 내 가정, 내 이웃의 '일상'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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