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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기분 좋은 하루
정동협 / 칼럼니스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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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09/14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7/09/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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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년의 역사가 말 해주듯 규모로 보나 상금으로 보나 명실상부한 테니스 축제인 US 오픈이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상금도 큰데다가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그리고 윔블던에 이어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빅 게임이다보니 관심도 많고, 가까운 곳에서 직접 볼 수도 있어서 매년 이맘 때만 되면 마음이 설레인다. 정식 토너먼트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인 'Pre-qualifying' 주간에는 무료 입장인데다가 종종 한국선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매년 한 번씩 찾는다. 워낙 한국선수 층이 엷다 보니 1라운드에만 올라가도 뉴스거리가 되곤 하는데 올해는 정현 선수외에는 아는 선수가 없다.

들어가는 입구 앞에는 중요한 게임이 열리는 'Arthur Ashe Stadium'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자리를 잡고 있고 좌측편에는 푸드코트가 다양한 음식과 음료 그리고 아이스크림으로 유혹하고 있어서 아무리 밥을 먹고 왔어도 향긋한 음식 냄새에 절로 기웃 기웃하게 만든다. 중간 즈음에 이르러 'Korilla Korean Kitchen'이 눈에 뜨인다. 물론 퓨전이긴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던 80년대 초에는 냉면 먹으러 뉴욕으로 원정(?)을 가곤 했는데 이제는 곳곳에 외국인으로 가득찬 한국식당들이 꽤 많아져서 삼성 TV, 전화기, 그리고 현대차 만큼이나 뿌듯함을 느낀다.

더운 날씨임에도 이리 저리 코트를 누비며 재미있는 경기를 찾아 다니는 관람객들은 테니스 경기 만큼이나 보기 좋다. 운동 경기를 TV에서 보면 더 자세히 설명까지 곁들여 편하게 볼 수 있지만 직접 이렇게 나와 보면 절로 엔돌핀이 솟구치며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 같다. 몇년 전에는 잘 아는 지인과 함께 애쉬 스태디움에서 경기를 봤는데 구입한 좌석이 맨 꼭대기여서 선수들이 조그마하게 보였었다. 하지만 둘이서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 추위에 떨면서도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끝난 경기에 잠시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화장실에 있는 종이타올을 몸에 감아 추위를 이기던 그 때를 상기하면 둘이 만날 때 마다 웃음이 터지곤 한다.

코트 6번에서 한국 여자 선수 장수정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는 독일의 Zaja 선수인데 덩치가 장 선수보다 훨씬 커서 잘해 낼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됐다. 유명 선수들이 아니다 보니 좋은 자리를 마음대로 골라 앉을 수 있었다. 코치인 듯한 한국분이 내 옆에 앉아 있는데 낯 익은 얼굴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05년 US 오픈 3회전까지 진출했던 조윤정 선수다. 그 당시 딸 제인이와 같이 가서 게임이 끝난 조선수에게 농구공 만한 장식용 테니스공을 들이밀고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제 코치로 활동하는 조윤정 선수에게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했다. 골프만큼 인기도 없고 선수층도 열악한 환경에서 후배를 키우느라 아무도 알아 주는 사람 없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보인다. 장수정 선수가 실수 할 때 마다 격려해 주는 모습에 같이 모인 한국분들과 장선수를 마지막 3세트까지 응원했다. 비록 2:1로 패했지만 언젠가 한국 테니스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매년 US 오픈에 참가하는 일본.중국 선수들은 한국에 비교해 상당히 많다. 한국도 이제는 테니스 인재를 발굴해 세계적인 선수 양성에 힘을 기울이면 어떨까. 한국 선수들이 플러싱에 위치한 US 오픈 테니스 코트에서 힘차게 경기를 하고 많은 한인들이 자녀들과 함께 한국 음식을 먹으며 응원을 하며 하루를 즐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왠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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