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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평창서 태극마크 달고 뛰고 싶어…스키에 도전장 내민 휠체어농구 선수

캐나다 패럴림픽 대표 출신 원유민

4살 때 교통사고, 12살 때 캐나다로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해 은메달
특별귀화로 17년 만에 국적 회복
12월 월드컵 출전, 국가대표 도전
"열심히 해 장애인 인식 바꿀 것"


“한국인이 돼서 정말 기뻐요. 부모님도 정말 좋아하셨어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12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젊은이가 17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캐나다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까지 했던 그는 평창 겨울 패럴림픽 출전을 꿈꾸며 다시 한국 국민으로 돌아왔다.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선수 원유민(29)의 이야기다.

원유민은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와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그는 “너무 어릴 때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 병원 생활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밝았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장애인으로 살기에 한국은 쉽지 않은 나라였다. 휠체어가 갈 수 없는 곳이 많아 의족과 목발에 의지해야 했다. 등교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자라면서 받게 될 상처를 염려했고, 결국 이민을 결심했다. 12살이 됐던 2000년, 그와 그의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캐나다는 생활체육 천국이었다. 체육 활동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별 없이 함께했다. 원유민은 “캐나다에선 국가대표라면 올림픽 출전 선수와 패럴림픽 출전 선수가 같은 장소에서 훈련한다”고 전했다.

원유민은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휠체어 농구를 시작했다. 그는 “양궁·배구·수영·테니스 등 여러 종목을 해봤는데 농구가 가장 재밌었다. 만화 ‘슬램덩크’를 좋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기 싫어하고 활동적인 그에게 휠체어 농구는 안성맞춤이었다. 주(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표에 뽑힐 만큼 뛰어난 기량을 뽐냈고, 스포츠 활동을 인정받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심리학과)에 진학했다.

2014년 캐나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지난해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농구를 시작한 뒤 최고 순간이었다. “정말 멋졌어요. 평창 패럴림픽 티켓 판매가 부진해 걱정이라던데… 리우에선 올림픽보다 패럴림픽 인기가 더 높았거든요. 1만 명도 넘는 관중 소리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들렸어요.”

농구선수로서 커리어를 쌓던 원유민은 지난해 한국에 돌아올 결심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그에게 평창 패럴림픽 출전과 특별귀화를 제안했다. 대신 캐나다 시민권과 국가대표 자격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대학 친구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저 때문에 이민을 선택한 부모님도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되고. 내가 먼저 자리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종목은 ‘눈 위의 마라톤’ 노르딕 스키로 정했다. 민첩성과 근력·지구력이 뛰어난 그에게 잘 맞는 종목이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다. 지난 2월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는 입문 1주일 만에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에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법무부는 그의 기량을 인정해 지난 8월 특별귀화를 허용했다. 장애인선수의 특별귀화는 그가 처음이다.

핀란드로 전지훈련을 떠난 원유민은 12월 캐나다 월드컵 등 세 차례의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180점 이상 포인트를 따면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의 설원을 누빌 수 있다. “미식축구 감독 빈스 롬바르디는 ‘성공(success)이 노력(work)보다 앞서는 건 사전 뿐’이라고 말했어요. 열심히 하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솔직히 좋진 않잖아요. 제가 열심히 해서 바꿔보고 싶어요.”

(사진설명)

원유민은 지난해 리우 여름 패럴림픽에 캐나다 휠체어 농구 대표로 은메달을 땄다. 한국 국적을 회복한 그는 노르딕 스키 선수로 평창 겨울 패럴림픽에 출전할 계획이다. [원유민·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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