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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도라지 꽃에 핀 가을

지상문·파코이마

가을을 불러들이는 꽃인가보다. 하늘빛과 보랏빛으로 물을 들인 도라지 꽃이 다섯 잎을 한들거리며 함초롬히 파란 바람을 맞고 있다.

처음 도라지 꽃을 본 곳은 경기도 오산으로 고등학교 때 친구네 농장에서다. 긴 둑길 아래 자리 잡은 포도밭 한 이랑에 연한 보랏빛 꽃이 우아하게 한들거리고 있었다. 도라지라면 밥상에나 오르는 반찬으로 알았지 그리 고상하게 수수한 꽃을 맺을지는 미처 몰랐다. 이담에 꽃밭을 갖게 되면 장미보다 먼저 도라지를 심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보라색 꽃은 흔치 않았다. 그래선가 멋쟁이 여인들이 보라색 옷을 즐겨 입으며 새침한 얼굴로 거리를 활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꽃에도 유행이 따르는지 보라 꽃이 흔해졌다. 무궁화 종류의 하이비커스와 풀꽃들이 수없이 선을 보이고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자카란다가 봄이면 골목마다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자카란다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다음 떨어지는 꽃잎이야 꽃으로 봐줄 수 있다지만 수없이 씨를 맺어 자손을 퍼뜨리려 하는데 질색이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으로 보라 꽃이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도라지 꽃이 산들바람에 한들거리고 감나무는 어느새 가을과 속삭이는가 잎마다 붉게 치장을 시작한다. 가을이 문턱을 넘는가 보다. 옛 시 한 구절이 우리의 삶을 어루만져 주듯이 도라지 꽃송이가 우리의 마음에 파란 물을 들여준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듯 돌아오는 봄에는 한 봉지의 도라지 씨를 더 뿌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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