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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분을 홀대하면 안 되는 까닭은

김미숙(72·가명)씨는 최근 이유 없는 피로와 무기력감에 시달렸다. 집중력도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고혈압약을 먹는 것 외에는 특별한 건강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점심 식사를 위해 복지관에 걸어가다 갑자기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골반이 골절돼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를 시작으로 두 차례나 이유 없이 넘어지는 낙상 사고가 이어졌다. 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돼 검사를 받아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낙상의 원인은 뜻하지 않게 혈액 검사 결과에서 나왔다. 김씨는 다른 사람에 비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져 있었다.

대부분은 나트륨(염분)이 몸에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혈액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조금만 낮아도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이 대표적이다. 원래 혈액 속의 나트륨 농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신장과 호르몬 분비 기관인 뇌하수체에서 수분량과 나트륨 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자는 만성질환이나 노화 탓에 젊은층에 비해 수분·나트륨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박준성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은 혈액 내 나트륨 저하나 수분 과다 때문에 발생한다”며 “각종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이 수분·나트륨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혈액의 정상 나트륨 농도는 135~145 (단위 mEq/L)다. 그러나 130~135로 떨어져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125~130일 때는 위장관 증세가 발생하고 110~125이면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 110 미만일 경우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문제는 혈중 나트륨 농도가 125~135일 때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질환을 알아채기 쉽지 않아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진호준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은 특징적인 증상이랄 게 없다”며 “아무 이유 없이 피로감, 무기력증, 식욕 저하, 소화 불량을 겪거나 구토를 하는 정도며 아예 무증상인 사람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저나트륨혈증이 위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혈관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진호준 교수 연구팀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정상범위(135~145mEq/L)인 65세 이상 노인 949명을 대상으로 혈중 나트륨 농도와 사망률을 비교·분석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나트륨 농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5년 동안 추적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사망률이 혈중 나트륨 농도가 가장 낮은 그룹(135~138)은 46.6%, 중간 그룹(138.1~142)은 19.5%, 가장 높은 그룹(142.1~145)은 21.6%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젊은층과 달리 노년층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그 농도가 낮으면 사망률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을 경우 혈관의 내피 세포가 손상돼 심혈관질환 같은 혈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신경계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나트륨은 신경 전도의 중요한 물질 중 하나다.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신경 전도 속도가 느려진다. 우리의 몸은 신경과 근육이 연결돼 있다. 신경에서 근육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통해 외부 자극을 느끼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근육이 움직인다. 신경 전도에 문제가 생기면 김씨의 사례처럼 근육이 수축해 자세를 잡기 힘들어 자꾸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혈중 나트륨 농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흔한 요인은 약물이다. 그중에서도 노인에게 많이 처방되는 이뇨제·항우울제·진통제가 문제를 잘 일으킨다. 특히 이뇨제는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많이 쓰인다. 이뇨제가 혈액의 양을 줄여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다. 그러나 이뇨제는 소변과 함께 나트륨이나 칼륨 등 전해질도 함께 배설시켜 저나트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콩팥 기능이 안 좋은 사람도 저나트륨혈증 고위험군에 속한다. 콩팥병 환자는 수분이나 나트륨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린 후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콩팥과 가장 밀접한 기관인 간도 비슷하다. 만성 간질환이 진행해 간경화로 악화하면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 농도가 낮아져 수분이 각 장기에 고루 배분되지 못한다. 이때 혈액 속 수분 함량이 높아져 수분·나트륨 균형이 깨진다.

마라톤처럼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을 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박준성 교수는 “격한 운동을 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며 “땀으로 나트륨이 많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물을 한꺼번에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급격한 염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뭘까. 구토나 설사가 심해 탈수 증상이 있을 때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하기 전 병원에 가서 수액치료를 받는 게 좋다.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을 할 때는 맹물보단 전해질이 적절히 함유된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편이 낫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복용 중인 약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과다한 수분 섭취를 피해야 한다. 진 교수는 “이뇨제·항우울제·진통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신장 기능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며 “이유 없이 기력이 떨어지고 구토·오심이 나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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