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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아마존엔 없는 쇼핑몰의 감흥

[LA중앙일보] 발행 2017/09/25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7/09/24 11:34

기숙사 들어갈 아이에게 미리 준비할 물건 없느냐고 물으면 한마디로 자른다.
"가서 필요한 게 생기면 사겠다."
차도 없고 타운 나가려면 한참 걸리는데 어느 세월에 어딜가서 사겠냐고 반문하면 다시 한마디 대답이다.
"아마존이 있다."
아이는 학교 가져갈 랩탑도 매일 메고다닐 백팩도 아마존으로 해결했고 라면과 컵밥을 상자째 짊어지고 들어간 나를 향해 한국 음식이 필요하면 온라인으로 주문해 먹겠다고 쐐기를 박는다.

이쯤에서는 억울했다. 나도 나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사람이다. 발품 팔며 피곤하게 돌아다닐 필요없이 거실에 느긋하게 앉아 마우스만 스크롤하면 온갖 세상 물건 구경은 다 시켜주는 게 온라인 스토어다. 오히려 매장에서는 미처 확인하기 힘든 제품의 상세 내역을 차분하게 살필 수 있고, 비슷한 물건을 항목별로 비교 분석할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도 매장에 사이즈나 색상이 없어 낭패인 경우가 많지만 온라인 매장은 전국의 재고를 다 검색하니 백전불패다.

온라인 쇼핑 초창기에는 화장품이나 전자제품같이 일정 수준 품질이 보장되는 브랜드 제품만 시도했다. 좋아보여 골랐다가 입어보면 영 아니올시다인 경험이 무수히 누적된 의류나 액세서리 아이템은 엄두를 못냈다. 물론 이건 사이즈만 정확하면 문제 없는 표준 체형을 갖추지 못한 내 탓이긴 하다.

그런데도 구매 경험이 늘다보니 최근에는 드문드문 신발도 사고 바지나 블라우스 같은 단품들도 산다. 결과도 나쁘지 않다. 자꾸 사보니 온라인 사진과 실제품 간에 어떤 갭이 생기는지 경험치가 쌓인다. 웹에서 이렇게 보이면 실제 컬러는 이럴 것이다, 확대 사진에 보이는 질감이 이렇다면 이 물건의 품질은 이 정도 수준이다 같은 학습 결과가 누적된다.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다. 러브잇, 판타스틱 남발한 리뷰는 패스하고 배드, 어글리, 디스어포인트 운운하는 부정적인 리뷰를 고른다. 불량품을 받아 화가난 사용자 리뷰는 빼고 상세한 사용 경험이 적힌 나쁜 리뷰를 찾아 읽으며 나에게 대입해본다. 이 정도면 나도 꽤 능숙한 온라인 소비자라고 자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리테일숍을 찾는다. 백화점도 간다. 신발이나 잡화 전문 매장도 가고 화장품숍도 간다. 집안에 뭐가 필요하다 싶으면 모니터를 열기보다는 가까운 잡화점으로 먼저 발길이 향한다.

내게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실제 경험의 충족이 중요하다. 만져보고 착용해보고 가능하면 한번 써보고, 물건의 생생한 현장감(?) 을 누려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이 내게도 쇼핑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창구다. 가족이나 친구와 공통의 경험을 나누는 사교의 시간이기도 하다. 뭣보다 시장 구경처럼 신나는 일이 어디 있다고!

최근 노스트롬 백화점이 샘플만 전시하는 쇼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는 뉴스는 그래서 관심이 간다. 백화점에 전시된 의류나 액세서리 샘플을 구경하고 그 자리에서 온라인 주문을 하면 집에서 배달을 받는 시스템이란다.

온오프라인의 장점만을 결합시킨 셈이다. 사진만 보고 주문한 채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아마존보다 어쩐지 안심되고 친숙하다. 양손 가득 겹쳐든 쇼핑백에 룰루랄라 뉴욕 5번가를 활보하는 미녀로 상징되는 쇼핑의 클래식한 스틸컷도 머잖아 흘러간 옛풍경이 될 셈이다. 돈들여 실컷 샀는데 빈손으로 나서려면 뭔가 섭섭하려나? 무거운 짐 대신 들어다 집까지 배달해주겠다는데 감지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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