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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상담소 칼럼] 착하니까 너가 참아라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9/26 06:01

사소한 일에 이유 없이 짜증이 많이 나고, 아이들이 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화가 치밀어 오르며, 주위 사람이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쉽게 분노가 일어난다면 내 안에 소화되지 않은 억압된 감정이 있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소화되지 않은 억압된 감정이란 진짜 나의 감정을 숨기고 가짜 감정으로 위장하여 내 감정을 억압하는 것을 말한다. 즉, 화가 났는데도 화나지 않은 척하고, 싫어도 싫다고 말 못 하며, 상사나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면서 정작 자신의 일은 돌보지 못해 혼자 끙끙대며 참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참는다는 것’은 ‘억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사실 ‘참는다는 것’은 때때로 삶에 적응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며, 삶에서 필요한 절대적인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억압된 감정이 쌓이면 ‘불안’이라는 감정이 역류하여 건강과 심리적 고통을 가져다준다.

감정의 억압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분명 태어날 때는 감정이 억압되어 세상에 나오지는 않는다. 아기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울음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부모에게 전달한다. 좋을 때는 좋다고 싱글벙글 웃고, 싫으면 싫다고 소리치고, 아프면 소리 내어 운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감정의 욕구를 참는 것을 배워가는데, 특별히 착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아이들은 억압된 감정이 더욱 심하다. ‘착한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관심과 사랑 혹은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하기 싫은 것도 하기 싫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인이 원하는 것도 부모가 싫어하면 싫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부모의 기준에 맞춰 눈치를 보고 착한 아이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착한 어른’이 되어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진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착한 어른’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누군가 무엇을 원하면 자신이 미리 알고 행하려 하고, 본인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도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먼저 사과한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잘 따른다. 만일 부득이하게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게 되면 미안한 마음은 죄책감이 되어 스스로 힘들어한다.

이러한 감정을 혼자 오랫동안 억누르다 보면 작은 일에도 쉽게 서운해지고 우울해지면서, 불안감과 열등감이 몰려와 분노하게 된다. 이렇게 억눌린 감정은 심리적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신체화(somatization)로 이어져 두통, 복통, 요통, 흉통 등의 통증이 나타난다. 이들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기에 상담소를 찾는다. 신체화 증상에 대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억압된 감정의 신체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즉, 감정은 어떤 통로를 통해서든지 표현되어야 하는데, 만일 감정표현이 차단되면 그 감정은 신체를 통해 더욱 과격하게 표출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신체화 증상은 자신의 힘든 마음을 상대방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무의식적인 감정 표출이다.

억눌린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누군가에게 나의 진짜 감정을 진솔하게 통제 없이 나누고 소통함으로 공감적 지지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도 ‘착한 어른’이 되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 바란다.

오태주/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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