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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응했던 아나사지 인디언의 절벽 집

[LA중앙일보] 발행 2017/09/27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17/09/26 19:38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알코브 하우스에서 내려다 본 풍경.

알코브 하우스에서 내려다 본 풍경.

반델리어 국립 유적지 (Bandelier National Monument)

여행을 시작하면서 캘리포니아 21개의 미션을 둘러보던 때였다. 1771년 만들어진 샌 안토니오 데 파두아 미션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중가주에 있는 이 미션은 군부대 영내에 자리하고 있어 부대 정문을 통과하고 군차량만 통행하는 도로를 수 마일 지나야 한다. RV 내비게이터가 지시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고 초소에는 헌병들이 있었다. 돌아 나갈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한 헌병들이 다가오더니 검문을 하고 경찰을 부른다. 나타난 경찰은 엄중한 얼굴과 말투로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라 하며 으름장을 놓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비게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RV용 내비게이터는 차량의 길이, 높이, 폭, 무게를 입력하게 되어있어 차가 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준다. 주소나 위도, 경도의 좌표를 입력해 다닌다. 그런데 갱신을 하는 데도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델리어 국립 유적지는 뉴멕시코주 주도 샌타페에서 서북쪽으로 40여 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 반델리어를 향하는 산길을 지나다 넓은 도로가 나타나고 프리웨이 톨게이트 같은 게 보였다.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로 들어가는 검문소였다. 1943년 연방정부의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비밀 연구소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개발한 원자폭탄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다. 지금도 이곳은 국방 관련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는 통제 구역이다. 검문소 요원의 멈추지도 말고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는 주의를 듣고 통과를 허락했다. 내비케이터의 오류로 산길이 아닌 연구소 대로를 지나 반델리어에 다다랐다.

뉴멕시코는 '매혹의 땅'으로 불린다. 황량한 사막과 숲이 울창한 높은 산들과 다양한 색깔이 드러난 지층은 매혹적이다. 반델리어 국립 유적지는 화산으로 생긴 헤메즈산 프리홀스 협곡에 있다. 헤메즈산의 화산폭발로 일대를 뒤덮었던 화산재가 굳어지며 많은 바위 구멍이 생겼다.

산등성을 굽이 돌아 깊은 계곡을 내려가면 개울물을 만난다. 수량이 많고 일년내내 흐르는 개울물과 물을 대 농사를 지을 평지가 있는 이곳은 마을을 형성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방문객센터를 지나면 원래는 3층 구조 400개의 방에 100여 명이 거주했었다는 흙과 돌로 빚은 허물어진 원형구조의 널따란 큐웨니 유적이 나타나고 멀리 벽에 구멍이 숭숭 뚫린 암벽이 보인다.

화산활동으로 생긴 구멍이 난 바위 절벽공간을 그대로 주거공간으로 쓰거나 절벽의 바위에 구멍을 뚫어 나무를 끼워 넣고 지붕을 만든 흔적들이 보인다. 또 암벽에 새겨 놓은 암각화가 곳곳에 있어 이들의 삶을 상상하게 한다.

반델리어 국립 유적지는 아돌프 반델리어라는 인류학자 겸 역사학자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는 미국 고고학 연구소의 지원으로 미국 남서부 인디언들의 생활양식과 전통을 연구하다 1880년 이곳을 답사해 세상에 알렸다. 1만년 전 유목생활을 하던 팔레오 인디언들이 살기 시작했고 1150년부터 1500년까지는 아나사지 인디언들이 점령해 살던 곳이다. 계곡을 흐르는 강물에 의존해 옥수수, 콩, 호박 농사를 짓고 수렵을 하면서 수백 년을 살았을 이들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것은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들의 절벽집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니 전망이 놀랍다.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그리워하며 사는 현대인보다 자연 속에 살던 이들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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