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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국제칼럼] 연준(Fed)의 ‘달러 사재기’ 선언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9/28 06:12

“연준, 오는 10월부터 보유자산을 축소한다. 그리고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한다.”

지난 9월20일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 재닛 옐런이 발표한 중요한 통화정책의 변화 내용이다. 다음 날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신문은 이 내용을 경제 지면의 머리기사로 뽑았다. 이 기사 제목에 관하여 존경하는 독자 한 분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용어들을 찾아보고 꿰맞추고 해봐도 산뜻하게 이해가 안 됩니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심지어 경제학 교수들에게도 생소하고 혼란스럽고 이해가 쉽지 않은 주제이다. 왜냐하면, 미국 경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연준이 대차대조표에 표기한 자산(Assets)의 규모가 이처럼 산더미처럼 쌓인 적도 처음이고, 이를 몇 년에 걸쳐 축소하려는 정책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정책은 그 경제적 의미와 중요성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살림살이에도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선 연준이 2008년 말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유일하게 가능했던 경기부양책으로 채택한 양적 완화(QE)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두 개의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 즉 양적 완화와 보유 자산 축소(shrinking Balance sheet)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적 완화정책은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중의 유동성(현금과 예금 등 인출이 쉬운 통화를 뜻함)을 늘리려 시중 은행에서 국채(T-bonds)와 장기주택담보증권(MBS) 등을 사들이면서 동시에 기준 금리는 0~0.25%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고 금리가 낮으면 소비자는 소비를 더 하고, 기업인은 투자를 더 한다. 그러면 침체에 빠진 경기가 조금씩 풀리게 된다. 반대로 연준의 보유자산축소 정책은 경기가 회복 수준을 넘어 과열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즉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팔면서 동시에 기준 금리를 점차 조금씩(0.25%p 정도) 올리는 것이다. 그 결과로, 시중에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오르면 소비자는 지갑을 서서히 닫기 시작하고, 기업은 투자 계획을 줄여나간다. 잠정적인 인플레이션 위험도 사라진다.

이제 연준이 지난 6년 간(2009~2014) 시행했던 양적 완화 정책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던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9월 파산을 선고하면서 미국 경제의 대침체(Great recession)가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경기부양책으로 연준은 2009년 1월28일 제1차 양적 완화 정책을 시작하여, 2015년 중반까지 세 번의 양적 완화 정책을 진행했다. 이처럼 연준이 세 차례의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국채와 장기주택담보증권 등을 사들이기 위해 시중에 푼 유동성은 무려 3조6000억달러가 된다. 즉 2009년 초 9000억달러이던 자산이 현재 4조5000억달러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중 국채 규모는 2조5000억달러, 나머지는 장기주택담보증권인데,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잡힌다. 다시 말하면 연준의 보유자산이 3조6000억 달러 늘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연준의 자산이 현재 4조5000억이란 사실이 왜 심각한 문제가 되는가? 왜 연준은 내년부터 보유자산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연준의 보유자산이 이처럼 많아 보기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시중에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풀려 있다는 뜻으로 경제적으로 건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무서운 경기 과열, 즉 인플레이션으로 변질할 폭발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답은 시중에 깔린 돈을 거두어들이고, 금리를 점차 인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연준이 엊그제 보유자산 축소를 내년부터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이유이다.

이제는 이 같은 연준의 긴축통화 정책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불행히도 이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고, 그 부작용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자칫 지금 잘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기를 다시 둔화시킬 위험이 크다. 둘째, 연준의 점진적인 보유자산 축소가 과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해외에 나간 미국 자본의 본국 귀환을 촉진하고, 달러 강세를 촉발할 위험이 크다. 그런 경우 미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무역 적자는 증폭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일 싫어하는 경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뜻이다.

박영철/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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