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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와 함께 사는 오늘의 이야기

'아이 캔 스피크'
감독 김현석
출연 나문희, 이제훈, 박철민
특별출연 김동석
장르 드라마, 코미디
상영 시간 119분
등급 12세 관람가(한국)


원칙주의자와 원칙주의자의 정면 승부. '아이 캔 스피크'의 시작이다. 작은 법 하나 어기는 꼴을 못 보는 '민원왕' 할머니 나옥분(나문희)과, 모든 걸 행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의 팽팽한 맞대결. 등장만으로, 주민들을 비롯해 구청 공무원들을 벌벌 떨게 하는 옥분과, 그를 무력하게 하는 민재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비추며 소소한 웃음을 일으킨다.

민재가 옥분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서, 둘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가족의 빈자리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두 사람, 그리고 민재의 동생 영재(성유빈)까지 세 사람이 추석에 모여 도란도란 전을 부쳐 먹는 훈훈한 풍경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옥분과 민재의 영어 수업을 재치 있게 그린 장면으로 코미디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 영화가 진가를 발휘하는 건, 그 다음부터다. 정확히 말하자면, 옥분이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부터다. 그 사실을 감춰 오던 옥분이 용기를 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영어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 이 영화의 진심이 들어 있다.



옥분의 결심이 위기에 처하고, 민재가 옥분을 돕는 극 후반 들어, 이야기의 고비마다 그 아귀가 완전히 들어맞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위안부 피해 여성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보고, 그 아픔에 공감하며, 그에 대해 지금 한국 사회가 내야 할 목소리를 외치는 데서, 이 영화의 남다른 진가가 드러난다.

'귀향'(2016, 조정래 감독)과 '군함도'(7월 26일 개봉, 류승완 감독)도 위안부를 그렸지만, 시대극으로서 일본군이 그들에게 감행한 끔찍한 폭력을 '재연'하는 데 그쳤다. '아이 캔 스피크'에 와서야, 비로소 한국 극영화는 지금의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그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가슴을 울리는 건 그래서다. 200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고(故)김군자 할머니가 미국 하원의원 공개 청문회에서 한 연설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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