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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저트 꿀배농장 송진대표] "16년 전 심은 배나무 이제 효자 노릇"

주위서 '미쳤다'는 소리 들어
당도 높아 '애플페어' 유명세
힘들어도 일거리 있어 행복

"올 여름에 너무 더워서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크기는 잘아도 당도는 최고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과일이 달달해지는 시기, 피논힐에서 16년째 신고배를 키우고 있는 하이데저트 꿀배농장의 송진(69)대표를 만났다. 농사의 'ㄴ'자도 모르고 시작한 배 농장, 송씨는 "10여 년 잘 놀았다"고 표현했다.

"사막 땅 25에이커를 구입하고 젓가락 같은 배 묘목을 심어 놓았더니 친구들이 '미쳤다'고 했죠.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부러워합니다."

그는 50세가 되던 해 귀농을 했다. 나이들어서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면 가장 그럴싸해 보일 것 같아서 무작정 시작했다. 나무도 심는 김에 한 번에 용감하게 1000주를 심었다. 품종을 봐 가면서 서서히 늘려야 했다는 뜻이다.



농사 지을 땅을 보러 샌디에이고에서 산타바버러까지 뒤지고 다닌 끝에 LA에서 한 시간 반 거리, 겨울에 눈 오고 근처에 스키장이 있는 피논힐을 선택했다. 배나무 묘목을 심어놓고 오렌지카운티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농장을 둘러보고 내려갔다. 10년을 주말농장으로 관리하다가 60세가 되면서 농장에 거주하며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주 고객은 파머스마켓 밴더들이고 매년 구입해 가는 단골들도 많습니다. 한국사람들은 무조건 사이즈가 큰 것만 찾지만, 미국인은 사과처럼 작은 사이즈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농장의 배도 '애플 페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한국 배의 당도가 11~12인데 비해 꿀배농장의 당도는 18로 크기는 작아도 매우 달다.

"다양한 과일을 찾는 손님들 때문에 매실 500주, 사과 200주에 대추도 수량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농사를 좀 알 것같은데, 몸놀림이 예전만 못합니다."

농사를 시작할 당시 느린 인터넷을 참아가며 밤새 공부를 하던 시절이 그는 그립다. 전지가위를 들고 나가서 나무를 한참 노려보다가 그냥 되돌아섰던 것도 어제의 일 같다. 분명 책에서 봤는데 막상 어디를 잘라야 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움에 목말라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모임에 참여하면서 농사에 눈을 떴다. 중앙대 유원형 교수의 문화센터 교육생들이 모여서 발족한 한미원예협회 2대 회장을 역임했다.

과수원을 반대하던 아내도 나중에 합류했다. 지금은 시골 아낙이 다 된 은주씨는 "농사, 힘들죠. 돈 받을 때만 좋아요"라고 말했다.

송씨는 "낼 모레면 나이 70, 그래도 농사는 지어야지요. 안하면 또 뭘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100세 시대의 딜레머다. "하는 일 없이 매일 마누라 얼굴만 쳐다보고 있기도 그렇고, 맥 다방에 가서 수다떨며 시간을 죽이기는 더욱 싫고." 그에게는 오늘 할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연락: (714)496-0914


이재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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