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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까짓것, '레드 슈즈' 한번 보시죠

하루하루 종종거리며 살다가도 '까짓것, 한번 사는 인생 좀 더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특히 최근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더 자주 이런 생각에 빠졌던 것 같다. 물론 TV에서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효리를 보는 것은 힐링이었고 조금은 질투 어린 부러움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오늘이 아닌 내일로 즐거움은 잠시 미뤄두고 오늘을 아등바등 살고 있어서다.

얼마 전 한 신문사 선배가 뮤지컬을 보러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당일 계획하고 있던 일상적인 일들이 걸려 살짝 망설였다. 하지만 "안 가면 후회할 걸"이라는 선배의 한 마디에 어떤 공연인지 묻지도 않고 가기로 결정했다. 안 가면 그 선배의 말처럼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그날 본 공연이 바로 영국의 천재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레드 슈즈(Red Shoes)'다. 안 갔으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했을 만한 공연이다.

사실 매튜 본의 작품은 어떤 공연인지 따져 묻지 않고 가도 될 만하다. 그가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공연들을 면면이 살펴 보면 말이다. 그의 작품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는 '파격' '혁신' '매진' '천재'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언론들도 '스토리텔링의 천재'(NY타임스), '무용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꾼 매튜 본'(텔레그래프) 등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어워드 5회 수상, 토니상, LA비평가협회상, 오베이션어워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매튜 본의 장기는 누구나 아는 고전을 독특하게 재해석하고 현대적 콘텐트를 가미해 창조적인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백조의 호수'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를, '호두까기 인형'은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소설 '드라큘라'와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부분적으로 차용하거나 덧입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은 '백조의 호수'다. 그는 차이코프스키 발레를 현대 뮤지컬로 재구성하고 여리여리한 발레리나 대신 힘차고 역동적인 발레리노 백조를 내세우는 파격을 선보였다.

지금 LA다운타운 아맨슨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레드 슈즈'는 한국에서는 '분홍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영화(1948년)를 토대로 만들어진 댄스 뮤지컬이다.

공연에서 주인공인 애슐리 쇼우의 실력도 대단하지만 발레리노의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까지 발레 공연을 볼 때 발레리나에게 향했던 시선을 처음으로 발레리노에 향하게 만들 만큼 가히 환상적이다. 공연을 보고 난 후 확인해 보니 눈길을 사로잡은 이는 바로 스타 무용수 '리암 모어'다. 그렇게 2시간의 공연은 꿈속을 헤매인 듯 끝났다.

공연 후 선배가 물었다. "행복하지 않니?"

레드 슈즈 공연은 이번 주말(10월 1일)까지다.


오수연/문화담당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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