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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9'를 건너뛰는 IT업계

미국 IT업계에도 아홉수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같다.

이런 조짐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10대나 20대 청년들은 잘 모르겠지만 윈도95 얘기부터 해야겠다.

윈도95는 처음으로 명령어를 때려넣어야 뭔가 일을 해내는 시커먼 화면이 아닌 요즘 같은 예쁜 화면으로 PC가 사용되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물론 애플사의 PC가 윈도를 쓰고 있었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단연 윈도95을 꼽아야 한다. 그리고 윈도98, 윈도98SE가 나왔다. 예전에는 명령어를 넣고 엔터를 눌렀는데 윈도가 나온 다음부터는 클릭, 더블클릭으로 대부분의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윈도98SE는 원래 윈도99쯤이 돼야 했지만 이유는 알 수 없게 윈도98Second Edition으로 명명됐다.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도 아홉(9)을 두려워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출시된 제품이 윈도ME다. ME는 밀레니엄 에디션이므로 서버전용으로 쓰인 '윈도 2000'과 비슷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전의 히트작인 윈도XP가 나왔다. 윈도XP는 서버군과 개인용 컴퓨터를 통합한 제품쯤으로 보면 된다. XP는 경험(eXPerience)에서 따왔다. 윈도비스타라는 최악의 제품으로 이어졌고 뒤이어 우리는 윈도7, 윈도8을 만났고 윈도8.1로 업그레이드 했다가 윈도9을 건너뛰고 최근에는 윈도10을 쓰고 있다. 이 정도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아홉수를 두려워 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셀폰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애플이 아이폰8과 아이폰X(텐)을 동시에 공개했다. 셀폰 숫자에 연도가 아닌 일련 번호가 붙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흥미로운 일이다. 아이폰에 이어 삼성의 갤럭시가 S를 붙이고 나타난 후 갤럭시SII에 이어, 해마다 갤럭시SIII, 갤럭시 S4, 갤럭시 S5, 갤럭시 S6, 갤럭시 S7, 갤럭시 S8까지 줄달음 쳐 왔다. 여기에 노트라는 고급 제품을 붙여서 지난 봄에는 노트8까지 내놨다. 사람들은 S4 다음에 5, 6, 7이 나왔음으로 8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건 상식이 아니라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 다음엔 9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애플이 9월 연례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스티브 잡스식으로 '원모어씽(One More Thing)'이라고 하면서 아이폰X(텐)을 10월 중에 세상에 내놓겠다고 소개했다. 애플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아홉수를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같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아이폰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쫓아온 것도 민망한 일이지만, 허를 찔린 것같아서 입맛이 쓰다. 물론 마케팅 측면에서 선도 기업인 애플의 제품 이름과 유사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나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후발기업, 혹은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하게 된 것이다. LG의 경우 G5이후 G6로 대응하고 V20, V30를 내놨고 올해는 Q6를 선보이고 있다. 오히려 LG는 이렇게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마케팅적인 숫자 맞추기가 나을 뻔 했지만 말이다.

하여튼 내년에 나올 갤럭시 제품의 이름이 '삼성 갤럭시 S10'이 아닌 '삼성 유니버스 2020'같은 것으로 나오면 덜 창피하겠다.

애플은 아이폰9를 포기하고 바로 아이폰X을 내놓으면서 많은 변화를 채택했다. 아이폰8이 평년작으로 그치고 말겠지만 지난해 아이폰7을 올린 아이폰8 대신에 '아이폰7레드'를 내놨을 때 눈치빠른 사람들은 예견했던 상황이다. 아이폰 발매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세상에 나온 게 되는 아이폰X에 거는 기대는 그저 숫자만 올라가는 신제품에 대한 것이 아니고 예전과 다르게 판을 바꾸고 말겠다는 애플의 혁신성에 대한 기대다.


장병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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