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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계화’ 하려면 한식을 놓아주자

지난 2009년 10월, 대한민국 정부는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키우겠다고 선포하며 바로 올해를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9년의 시간과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비된 지금, 한때 영부인까지 나서 귀가 따갑도록 외쳤던 ‘한식 세계화’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준도 모호한 ‘세계 5대 음식’ 등극은 고사하고, 호화로운 전시성 행사와 사업에 편중된 졸부식 헛발질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지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두유 노우 김치”라는 조롱섞인 유행어에 함축돼있다. 어설프게 음식 제국주의를 꿈꾸다가 문화적 열등의식만 드러냈음을 꼬집는 말이다.

그럼에도 중견도시인 애틀랜타에서까지 타인종 요리사들이 한식의 상품성을 직접 시험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한국 음식의 세계화라기 보다 코리안아메리칸 음식의 등장이라고 규정하는 게 본질에 가깝다.



미국 언론과 대중의 인식 속 ‘코리안 푸드’의 정체성은 한국보다 LA한인타운과 결부돼있다. 대중에게 ‘코리안 푸드’를 처음 각인시킨 음식은 그림같은 궁중요리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파는 코리안 타코였다. 한식이 중식, 일식과 차별되는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갖게 된 계기는 LA 한인타운의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충혈된 눈으로 쓰러질때까지 ‘달리는’ 문화가 특이한 것, 새로운 곳을 찾아 몰려다니는 SNS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 때문에 한식 바람이 몇년 뒤 잊혀져버릴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한식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시급하다. 소비자보다 생산자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이지연 요리사의 따끔한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얼마 전 한인 청년들 앞에서 강연하면서 로이 초이나 데이빗 창 같은 2세 요리사들의 한식 전파 기여도를 높이 샀다. 또 정부는 요리를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돈을 쏟아부어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해도, 공짜로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루 먹고 노는 파티 정도일뿐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애틀랜타에서도 한식은 한인타운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다. 일식당에서 일본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듯, 한식이 한인들의 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 한식을 놓아줄 때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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