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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사극'과 '정통액션' 영화, 미국 극장가 전면대결

콜럼버스 연휴를 앞두고 관심을 끄는 한국영화 두 편이 미국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하나는 150억원이 투입된 대작 '남한산성'이고 다른 하나는 50억원이 투입된 '범죄도시'. 투자액만 놓고 보면 승패는 끝난 것 같지만 한국에서 '범죄도시'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두 영화를 소개한다.

'남한산성' 시대정신 깃든 비장한 정통 사극의 탄생

감독ㆍ각본 : 황동혁
출연 :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원작 김훈
장르 : 드라마
상영 시간 : 139분
등급 : 15세 관람가(한국)


모처럼 시대정신이 깃든 비장한 정통 사극의 탄생이다. 70만부 팔린 김훈 작가의 원작 '남한산성'(학고재)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김훈 작가가 직접 연출했나 싶을 만큼 원작의 장점을 충실히 스크린에 옮겼다. 내용이나 대사뿐만 아니라 힘 있는 문체나 냉철한 정조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벼려내고 벼려내어 쓰는 게 김훈 소설의 특징인데, 이를 더 벼려내면서도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은 황동혁 감독의 각색이 무척 훌륭하다.



이 영화는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안내한다. 청군이 턱밑까지 쳐들어오자 인조와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조정은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을 필두로 청나라와 끝까지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척화파와 청과 화친하여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로 나뉘었다. 나라의 앞날이 바람 앞의 등불인 상황에서 인조(박해일)는 흔들리고 번민한다.

11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계속해서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하며 관객에게 고민거리를 던진다.

성안의 곡식을 아낄 것인가 아니면 장병들을 배불리 먹일 것인가, 가마니를 장병들의 추위를 막는데 쓸 것인가 아니면 말의 먹이로 줄 것인가. 대신들은 이런 질문을 놓고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논쟁하고 설득한다.

말과 말의 치열한 대결이 이 영화를 견인하는 힘이다. 특히 김상헌과 최명길의 '싸울 것인가, 화해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논박은, 그 대사 하나하나가 격조있는 비유와 깊이있는 사유를 담고 있어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미덕은, 두 개의 고결한 가치가 투쟁하는 동안 백성은 추위와 굶주림, 전쟁의 참화로 죽어가고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적에게 노출될까봐 성첩에서 불을 피우지 못하는 장병들의 고단한 모습 뒤에 방안에서 화롯불을 쬐는 임금의 모습이 이어진다.

임금은 "아껴서 먹이되, 너무 아끼지는 마라"는 빈약한 현실인식과 무지를 자주 드러내고, 고관대작들은 아래로 책임을 전가하며 번지르르한 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결국 나라가 패망한 것은 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위정자들이 민초의 삶과 괴리되었기 때문임을 이 영화는 말한다. 그것은 지금의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황 감독은 패배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그 비극성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묵직한 톤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최근 한국 상업영화에서 이렇게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 영화는 없었다.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한 조선 산하의 풍경, 류이치 사카모토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음악, 배우들의 잘 조율된 연기까지 흠 잡을 데 없다.

'범죄도시', 마동석式 액션영화의 빛나는 첫 장

감독 : 강윤성
출연 : 마동석, 윤계상
장르 : 범죄, 액션
상영 시간 : 121분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한국)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는 어떻게 진부한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만들 수 있나를 보여주는 영화다.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 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영화화 한 작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무게감을 더한다.

마초적인 포스터, 조폭, 그리고 경찰. 어디서 많이 보고 또 봤던 소재와 설정이란 생각이 들 법 하지만 영화를 보면 기존 같은 소재의 영화들과는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제목처럼 '도시'가 하나의 주인공 역할을 한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가리봉동은 조선족 조폭들간에 유혈낭자한 힘싸움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어딘가 이국적인 색깔의 이 무대에서 서민적 슈퍼히어로라고 할 만한 열혈 형사가 질서를 회복하고자 한다. 열혈 형사는 악질의 조선족 조폭과 만나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인다.

묘사와 터치는 열혈 형사 마석도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처럼 우직하면서도 파워풀하다. 그러면서도 군더더기나 과한 치장이 없어 몇몇 겉멋든 느와르에서 느꼈던 기시감의 피로를 덜어준다. 결말까지 달려가는 과정은 흡사 '베테랑'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직진 전개로 화끈한, 그렇지만 스릴 넘치는 승리감을 안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배우들이다. 배우들은 어찌보면 심플한 이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여백을 메운다.

마동석은 '대중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가 최적화로 이미지화된 캐릭터를 보여준다. 정의감 넘치지만 고리타분하지 않으며 어려운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더불어 서민적이고 친근하다. 이 마동석의 캐릭터는 결국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로 이어진다. 관객이 마동석에게 바라는 액션과 유머를 200% 이상으로 만족시키기에 만약 그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후회하지 않을만한 선택이다.

배우 윤계상은 일생일대의 캐릭터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멋스러운 악역이 아니라 좋다. 일명 '똥머리'를 하고 비열한 작업과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장 첸은 때로는 보기 힘들 만큼 악랄하기 그지없다. 지금껏 수많은 악역이 있었지만, 이처럼 생존형 살인마에 할 말만 하는 악역은 드물 것이다. 흥행여부를 떠나, 윤계상는 확실히 이 영화가 수혜자다.

이 외에도 경찰과 조폭으로 나선 여러 배우들이 제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전체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만들어냈다. 실제 인물들을 캐스팅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마저 잠시 일으킬 정도다. 분명한 것은 포스터나 예고편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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