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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감] 딴생각 금지

김사무엘 박사 / 데이터 과학자

"예배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합니다."

한 교회 주보의 광고란에 실린 문구를 보고 실소가 나왔다. 성도들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려하려는 그 교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디지털 매체가 종이 책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메시지인지 의심이 갔다.

정말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면 차라리 "딴생각을 금지합니다"라 광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번 달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요란하다. 사실 종교개혁은 그 시작과 끝을 시간으로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없는 사회적인 운동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지만, 올해가 500주년이라는 것은 마틴 루터의 95개조 사건을 기준으로 한다. 500주년이 499주년보다 더 중요하거나 501주년보다 덜 중요하지 않겠지만, 특이점을 찾아내려는 인간의 신기한 습성이 10진법의 체계 안에서 발현된 것이리라.



사실, 종교개혁은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자신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싼 가격으로 많은 사람에게 보급시킬 수 있었고, 출판 시장의 성장으로 수많은 논문들이 출판되어 신학의 발전으로 연결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세의 교회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 것을 불편해 했다. 라틴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의 번역을 금하여 라틴어를 잘 알지못하는 평민들이 성경을 접하는 것을 막았다. 대신, 교회는 복음을 가르친다는 명목아래 눈길을 사로잡는 성상과 성화를 만들었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감동주는 것으로 말씀을 대신했다.

어쩌면 그 당시의 성도들은 종이로 되어있는 성경을 보며, 어찌 감히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싸구려 종이 위에 쓸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림과 음악이 줄 수 있는 단편적인 메시지에 갇혀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성도들은 교회가 정치 세력화되고 타락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자들의 주장에서 생략되어 있는 주어는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다. 항상 개혁하시는 하나님을 우리의 전통과 개인적인 문화 취향으로 막아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www.fb.com/thee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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