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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새로운 형태의 싸움

[LA중앙일보] 발행 2017/10/10 미주판 28면 기사입력 2017/10/09 12:05

박비오 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은 박해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예수님은 그 상태를 이렇게 묘사하셨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마태 10,16)" 양들이 이리 떼 가운데로 가면 잡아먹힐 것이다. 그러면 '다 죽어라'는 뜻일까.

이 말씀은 다른 한편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너를 향한 내 사랑을 믿어라"는 뜻이 아닐까.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되새겨 보자. "이리 떼 한가운데 가더라도 양들의 양순함을 잃지 마라. 오히려 그 양순함을 품고 살아라. 내가 너의 목자가 되어 주겠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정결'을 떠올릴 수 있다. 정결이란 때 묻지 않음도 아니고, 어떤 원초적 상태로 돌아가기도 아니며, 태어날 때 가지고 있었으나 나중에 잃어버린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버리고 오직 선한 것만 포용하는 데 온 힘을 쏟은 사람이 어렵게 얻는 특질로서 최고 '선(善)'에 이른 인간의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다. 정결은 곧 '순수한 사랑'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것을 안다면 마음이 몹시 불편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사심 없이 대하는 것, 반격하지 않는 태연함, 그것이 곧 정결이다.

정결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닮았다. 따라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은 새로운 형태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기존의 싸움이 치고받고 싸우는 형태였다면, 새로운 시대의 싸움은 영적인 투쟁이어야 한다. 누군가와 다투었을 때 그 사람을 이기려면, 그 사람보다 더 모질 거나 더 치사해져야 한다. 그것은 양의 모습을 버리는 것이다. 만약 그리스도인이 양의 모습을 버린다면, 목자도 그 사람을 떠날 것이다. 목자는 양들의 목자이지 이리들의 목자는 아니니까.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끝까지 양의 모습을 지킨다면 그분께서는 마지막까지 그의 목자로 남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이리 떼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 파견된 하느님의 어린 양이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형태의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목자를 품고 사느냐, 아니면 그분을 떠나보내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을….

"이리 떼 한가운데 들어가더라도 양의 온순함을 지켜라"는 말씀은 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내적인 관계에도 적용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내면에는 이리떼와 같은 특성이 다분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칠고 잔인한 특성 한가운데서 발견되는 양의 특성, 악마 같은 특성 한가운데서 발견되는 천사 같은 모습, 그 모습을 품고 계발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이 치러야 할 새로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16)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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